집에서 야구 경기를 함께 보는 시간. 남친이 LG팬이라 그 팀 경기를 보게 된 글쓴이는, 점점 이상한 패턴을 느꼈다. 이닝과 이닝이 교대될 때마다 남친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진다. 디시인사이드 야구 갤러리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것. 처음엔 가끔이라고 생각했지만, 경기마다 빠지지 않고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거의 자동 동작처럼 보일 정도다.
"왜 자꾸 폰을 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담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구 경기 보면 저 갤러리 눈팅은 못 피한다더라." 마치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투로. 글쓴이는 그 말에 약간 정떨어졌다. 함께 경기를 보러 앉은 건데, 상대방은 '못 피한다'며 스마트폰이 손에서 놔질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 중 온라인 커뮤니티 접속이 하나의 관람 문화로 깊게 자리 잡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특히 디시 야구 갤러리는 이닝과 이닝 사이, 선수 교대 시간에 실시간 반응글이 폭발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기 흐름을 해설하는 글, 해당 팀 팬들의 응원 댓글, 상대팀 비판 글 등이 순식간에 수백 개씩 쌓인다고 전해진다. 한 이닝이 끝나는 순간 화면은 새로운 글들로 물결친다.
팬 입장에서는 이렇게 모여드는 반응들이 단순히 심심함을 달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수단이 되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장이 된다는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주심의 판정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고, 자신이 놓친 플레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같은 감정 아래 모인 팬들 사이에서 위로를 받는 경험. 그래서 "못 피한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 같다. 이미 습관화된 팬 문화, 거의 루틴처럼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보는 그 자체가 곧 갤러리 글 확인이 되어버린 셈인데, 그렇게 오래되면 본인도 자동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둘이 함께 보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글쓴이와 남친이 같은 화면을 바라봐야 할 그 시간에, 남친의 시선은 자꾸만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이닝이 끝나고 교대 시간이 오는 순간, 본능처럼 손이 폰을 집는다. "야구 경기를 함께 본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실제로는 한쪽은 경기에 집중하고 한쪽은 작은 화면 안에 몰입하는 구도가 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마음이 정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팬 문화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함께 보는 관계의 자리에서는 그게 '소외'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보는 게 핑계가 되어 스마트폰에 주의를 돌리는 모습, 혹은 경기 중간중간 '봐야 하니까'라고 하면서 폰을 집어드는 습관.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 "우리가 정말 함께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시간을 함께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함께하는 건 아니라는 걸, 경기 화면과 작은 휴대폰 화면 두 군데를 번갈아 보는 모습에서 깨닫는 것으로 보인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흔한 풍경일 수 있는 이 장면도, 커플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화면 너머의 거리감'이 되어버린다. 함께 보는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단절의 순간들.
📌 원문 발췌
야구보면 디시 눈팅은 할수밖에 없다는데, 약간 정떨어질거 같은데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