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지날 때마다 같은 내용의 연락이 온다. 또 전세를 옮겨야 하는데 보증금이 부족하다는 것. 그 친인척은 서울에서 꽤 오래 전세를 거듭하고 있었다. 처음엔 하급지 구축 아파트로 2억짜리 전세에 살았는데, 그 집의 값이 3억까지 치솟았다. 당시만 해도 대출을 받아서라도 매매로 전환할 충분한 기회와 명분이 있었다. 작성자가 실제로 그렇게 권했으니까. 그런데 돌아온 답은 의외로 단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축이라서 싫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친인척은 여전히 전세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엔 반전세로 옮겼다고 한다. 전세보증금 전액이 사실상 전 재산인 상황에서도 말인 것으로 보인다. 2년마다 같은 요청이 반복되는데, 당하는 쪽의 피로는 이만저만 아니다.

작성자가 품은 의문은 자연스러웠다. 왜 돈이 부족하면서도 계속 전세에만 고집할까. 왜 가시밭길 같은 매매 기회를 놓칠까. 왜 자꾸만 지인들에게 손을 벌릴까. 스스로 여섯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봤지만, 하나하나 맞지 않았다.

'부자들이 절세 목적으로 전세를 선택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경우는 그런 자산가 전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금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도 마찬가지. 10억 미만의 주택이라면 몇 년마다 옮기는 이사비와 부동산 중개료가 세금 부담보다 훨씬 크다. '주식 투자 자금으로 쓰려고'라는 설명도 없었다. 오히려 투자할 여유자금이 없어서 자꾸 돈을 빌려달라고 연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장이 불안정해서? 아니다. 평생직장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약을 노리고 있다고? 서울의 신축 아파트는 최소 9억대부터 시작하는데,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인 상황에서는 청약가점도, 자금도 맞지 않다. 숨겨둔 큰 자산이 있어서? 그렇다면 이렇게 자주 돈을 빌려달라고 연락할 필요가 없다.

여섯 가지 가능성을 모두 제외하고 나면 뭐가 남는가.

전세 자체가 나쁜 선택은 아니다. 전세는 분명 합리적일 수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지역을 경험하려면, 한 곳에 오래 정착할 생각이 없다면 전세는 효율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보증금 전액이 생활자금이나 긴급자금과 겹쳐서는 안 되고, 2년마다 이사할 때마다 필요한 보증금 차액과 중개료를 감당할 여유자금이 미리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역전세나 전세사기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된 안전자산도 있어야 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어떨까. 보증금이 전 재산이고, 이사 비용이 부족해서 지인에게 자꾸 손을 벌리고, 매매 기회가 와도 '구축은 싫다'는 막연한 이유로 놓친다. 여기서 보이는 건 합리적인 재정 판단이 아니라 결정 자체를 미루려는 심리적 관성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전세는 이사만 하면 처리될 일인 것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이사는 번거롭지만, 얼핏 '자유로운 선택'처럼 느껴진다. 반면 매매는 영구적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큰 책임감이 따르고, 혹시 실수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구축은 싫다'는 말도, 결국은 그 책임감과 두려움을 회피하려는 무의식적 표현일 수 있다.

문제는 이 미루기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2억에 매매했다면 지금은 얼마가 됐을까. 최소 2.5배 이상 오른 가격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차익을 놓쳤을 뿐 아니라, 계속되는 이사 비용과 중개료, 그리고 매번 보증금 차액을 채우기 위해 지인에게 손을 벌리는 관계적 손실까지 더해진다. 당하는 쪽의 입장에서는 '왜 자기 결정 때문에 생긴 어려움을 우리에게 나누려 하는가' 하는 분노와 피로가 자연스럽다.

재정 문제가 오래되면 결국 관계 문제로 변한다. 근본적인 선택 없이 누적되는 요청들이 신뢰를 깎아먹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집 사랄때 안사고 매번 빌려달라는거 쪽팔리지도 않는지 진짜 이해가 안감. 당하는 사람도 개스트레스임.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