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은 현대 의학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신약이 나올 때마다 내성균이 그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며, 의학계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1928년에 발견되어 1943년 상용화된 페니실린은 아직도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약의 홍수 속에서 98년 전의 약이 현역으로 남아 있다는 자체가 역설처럼 느껴진다.

페니실린이 등장한 초기에는 의학의 기적으로 평가받았다. 세균 감염으로 인한 죽음을 대폭 줄였고, 수많은 인류를 구원했다는 것이 의료사적 평가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내성을 갖춘 균주들이 속속 나타났다. 포도상구균부터 시작해 연쇄상구균 같은 주요 병원균들이 차례로 페니실린 내성을 획득했으며, 의학계는 더 강력한 항생제들을 개발해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페니실린의 사용 범위는 크게 축소되었으며, 많은 의료 현장에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구식 약'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있다. 성병 중 하나인 매독의 원인균 트레포네마 팔리둠(Treponema pallidum)은 페니실린 등장 이후 현재까지 내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세균들은 몇십 년의 시간 속에서 하나둘 내성을 확보했는데, 이 균은 왜 유독 페니실린에만 속수무책일까.

그 까닭은 매독균의 극히 독특한 생물학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매독균은 일반적인 세균들이 자라는 배지(배양액)에서 배양될 수 없다는, 극히 드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중대하다. 항생제 내성은 보통 실험실에서 약물과 균을 반복 노출시켜 내성 변이를 선별하는 과정을 통해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매독균은 배지 배양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실험적 선별 과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셈인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에서의 진화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배양 불가 특성은 백신 개발도 극히 어렵게 만들어왔다고 지적된다. 백신은 약화되거나 불활성화된 병원체를 배양해 만드는데, 배양할 수 없는 균으로는 백신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매독균은 내성 확보라는 '진화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 셈으로 볼 수 있다.

이 역설적 상황이 만드는 임상적 결과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고 할 수 있다. 초기 매독 환자에게 페니실린 주사 한두 방이면 감염이 소실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항생제들이 내성으로 인해 효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페니실린은 매독에 대해 여전히 강력한 치료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치료 과정도 간단하며, 비용도 저렴한 편인 것으로 보인다.

항생제 내성이 전 지구적 위협으로 떠오르는 지금, 이 사례는 역설적인 시사점을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되었다 = 낡았다'는 생각, '신약이 항상 낫다'는 믿음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 될 수 있다. 때론 가장 기초적인 약, 가장 싼 약, 가장 오래 쓰인 약이 그 역할에서는 여전히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매독은 초기에 발견되면 페니실린으로 완치되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인 것으로 보인다. 부끄러움에 치료를 미루다가 신경매독이나 심혈관 합병증으로 진행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증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페니실린은 98년을 거쳐서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원문 발췌

페니실린은 아직도 현역으로 사용된다. 다른 항생제들에도 내성을 보이지만, 가장 기초적인 항생제인 페니실린엔 유독 내성을 못 갖추고 죽어버린다.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