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퇴근할 때마다 밥상에 올라오는 새로운 메뉴. 한 익명 게시판의 사연자는 아내의 요리 열정이 대단하다고 표현한다. 다만 그 열정이 실제 요리 실력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초심자 수준의 요리 실력으로 자신감 넘치게 매번 새로운 레시피에 도전하는 아내. 퇴근길은 점점 더 두려워진다.
간이 맞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정도의 낯선 맛들이 밥상을 장식한다. 남편은 말할 수 없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피하는 성격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건 하나. 웃음을 지으며 마치 맛있는 척 하는 연기. 하지만 이런 거짓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참으면 참을수록 대면하는 저녁 시간은 더 무거워진다.
결국 터지는 순간이 온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유행하는 감자탕 레시피를 아내가 끓여냈다. 남편이 숟가락을 들었을 때 느껴진 건 탄 내음과 동시에 시큼함. 이건 감자탕이 아닌 뭔가 다른 요리처럼 느껴졌다. 몇 숟가락만 먹고 수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아내의 표정이 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성껏 만들었는데 왜 남기냐는 항의. 맛이 없다는 말인가 하는 눈물. 남편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거짓으로 위로하고, 거짓으로 칭찬하고, 거짓으로 감정을 담아내는 것. 그것이 남편이 매일 밤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는커녕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더 힘들어진다. 차라리 회식에 자주 나가고 싶은 심정인 것으로 보인다. 밀키트를 사 먹으면 어떨까 하는 제안도 해 봤다. 식재료가 준비되어 있고, 조리 방법이 명확한 밀키트라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요리해 주는 것이 진정성이라며, 밀키트는 사랑이 없다는 논리다.
여기서 멈춰서 생각해 보자. 문제의 진짜 원인은 음식의 맛이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건 '말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되어 버렸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니 아내는 자신의 요리가 문제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 피드백이 없으면 요리 실력도, 맛도 나아질 수 없다는 게 이 상황의 악순환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같은 불편함이 생기고, 같은 거짓이 쌓여간다. 남편은 배우자의 노력을 존중하지만 진심을 숨기느라 지친다. 아내는 자신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상처받는다. 둘 다 소진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이 사연의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음식의 맛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접근을 해 보자는 제안인 것으로 보인다. 함께 요리 교실을 다니거나, 유명한 맛집을 방문해서 '이런 맛이 좋다'는 기준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 혹은 솔직한 대화를 시도하되,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현 상황을 공유하는 것. 예를 들어 "최근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함께 밖에서 사 먹으면 어떨까"라는 식의 차분한 제안. 상대방을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이 악순환을 함께 풀어 갈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 한구석에 담아 둔 불편함을 들어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배려의 시작이 아닐까.
📌 원문 발췌
탄 맛과 시큼한 맛이 동시에 나서 겨우 몇 숟가락 먹고 남겼거든요. 그랬더니 아내가 서운해하면서 정성껏 만들었는데 왜 남기냐 맛이 없는거냐며 눈물을 글썽이더라고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