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 밤의 일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을 씻기고 아내가 재우는 동안 남편은 차에 올랐다. 흡연 때문이었다. 아내가 담배를 극도로 싫어했고, 집에서 피우는 모습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몰래 자리를 뜨곤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날도 밤 9시 반 경, 한적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휴대폰을 만지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

11시 30분을 넘긴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구내 주차장이 아닌 바깥쪽에 차를 세웠다. 이미 아내가 잠들 시간이고, 홈패드 알림음이 울릴까 봐서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량 블랙박스를 포맷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기록되지 않기를 바랐다.

문을 열며 휴대폰을 봤다. 미수신 전화가 수십 통이었다. 아내에게서 온 것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 전화가 울렸다. 받자마자 아내의 목소리가 나왔다. 어디 있냐고, 화난 톤이었다. 그 순간 '산책'이라는 거짓말이 입밖으로 나왔다.

아내는 차량 추적 앱을 확인해본 듯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를 타고 나갔는데 지금은 밖에 주차되어 있다. 산책이라는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지적은 타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은 새로운 거짓말을 덧붙였다. 친구를 만나 잠깐 커피를 마시고 왔다는 것. 그 말도 설득력이 없었다. 친구와 약속을 했다면 연락 흔적이 있어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을 들어 보여도, 통화 기록도 메시지도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의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밤 9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2시간,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블랙박스까지 지우고, 친구 만남의 흔적마저 없다. 각각의 조각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그렸다. 아내 눈에 비친 그림은 '외도'였다.

"짐을 싸고 나가."

아이들이 잠든 방 옆에서 벌어진 싸움이었다. 말다툼이 길어질까 봐 남편은 침묵으로 돌아섰다. 그 침묵이 이틀을 지속됐다. 아내와 대화가 없었다.

그 다음날, 아내는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동안 나눈 모든 대화를 다시 꺼냈다. 여전히 의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시 한번 "짐을 싸"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은 화가 났다. 지금까지 지어낸 모든 거짓말을 걷어냈다. 사실은 담배를 피러 나간 것이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가 담배를 싫어하는 걸 알아서, 숨기려고 했던 것이라고. 진실을 덧붙였지만 아내의 반응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배려에서 비롯한 거짓말(담배 흡연 사실 감추기)이 더 큰 의심(외도 혐의)을 불렀다. 블랙박스 포맷, 외부 주차, 연락 흔적 부재, 엉뚱한 거짓말들. 각각의 행동만 보면 설명할 여지가 있지만, 한꺼번에 겹쳐지면 상대 입장에서는 의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일단 의심이 피어오르면, 아무리 사실을 말해도 그 신뢰를 다시 쌓기는 어려운 법인 것으로 보인다. 배려하려던 숨김이 오히려 아내의 불신을 자초한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들어오는 길에 폰을 보니 아내에게서 전화가 30통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또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아내가 화난 목소리로 어디냐고 따져 묻길래 엉겁결에 동네 산책하고 있다고 둘러 댔습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