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이 고교야구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고교 야구팀의 경기 결과를 두고 벌어진 응원과 질책을 분석한 글인데, 그 내용이 '무심한 응원 댓글이 학생 선수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지적하고 있어서다.
한국야구위원회 고교 신입 드래프트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고졸 지명'이 왜 중요한지부터 봐야 한다. 십 개 구단 모두에 지명되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선수는 대학 진학의 길로 돌아서게 된다. 이는 단순한 진로 변경이 아니다. 대학 입학 후 최소 2년을 더 거쳐야 드래프트 자격 그 자체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나이대 또래가 프로에서 이미 경력을 쌓고 연봉을 올리는 동안, 지명되지 않은 선수는 다시 대학교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선수 개인은 학업과 경기력 유지라는 이중 부담을 져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나이가 계속 먹는다.
해당 경기에서 패배한 고교는 신입 드래프트 시장에서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는 학교다. 최근 3년 데이터를 보면 매년 백십 명 정도가 신입으로 뽑히는 와중에 이 학교에서는 하위 라운드에 23명 정도만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스카우터들의 관심도 높지 않고, 동문 인맥도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해 한 팀에서 12명 정도만 프로 입성이라는 매우 제한된 기회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기에서 승리한 상대 고교는 한국야구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 학교 출신 프로 선수들의 명단을 보면 한국야구 팬들이 알아볼 만한 저명한 인물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현재 KBO 십 개 구단 중 세 팀의 감독을 이 학교 출신이 맡고 있을 정도로, 각 팀의 스카우팅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매해 가장 우선 탐방하는 고교로 꼽힌다. 한 팀의 주축 선수가 이 학교 출신이고, 신입 선수 발굴을 담당하는 임직원 중에도 이 학교 동문이 포진해 있을 정도다. 스카우터들이 찾아가는 고교와 찾아가지 않는 고교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드래프트 순위 예상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패배팀 선수들에게 '***에서 뽑혀라'는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 표면적으로는 특정 프로팀의 입단을 응원하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야구의 드래프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팬이라면 이 말의 의미가 얼마나 역설적인지 깨달을 수 있다. 고졸 지명은 곧 인생을 바꾸는 기회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라는 4년의 나날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인데, 그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결과가 있을까. 어떤 측면에서 보면 '***에서 뽑아져 프로에 입단하길'이라는 뜻이 그들에게는 가장 좋은 결과, 즉 진정한 덕담이 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기 하나의 패배 자체가 아니다. 근래 한국야구 업계에서는 고교 선수들의 생활지도와 인성, 특히 집단 괴롭힘 이력에 대한 심사가 점차 엄격해지고 있다. 각 팀도 미디어와 팬들의 여론에 민감해지면서, 학교의 이미지까지 드래프트 평가에 포함시키는 추세다. 때문에 선수 개인의 실력과 관계없이 소속팀의 평판이나 팬들의 여론도 최종 지명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경기의 결과로 팬들의 비난과 조롱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것이 향후 드래프트 심사에서 작용하는 '평판 감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무심한 응원처럼 보이는 한 줄의 댓글도, 그 속에 담긴 시스템적 이해의 깊이에 따라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경기에 졌다는 것은 단순히 스포츠의 승패가 아니라, 진학과 전직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는 학생 선수들에게는 여러 변수가 얽혀있는 현실의 출발점이 된다.
📌 원문 발췌
***에서 뽑아라 는 말은 쟤네한테 최고의 덕담임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