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에 인생 최고 체중이던 시절, 예비신랑은 한결같이 곁에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기다려주고 응원해준 그 사람의 행동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했는지, 당사자는 누구보다 잘 안다.

매일을 함께하면서, 혹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람이 정말 날 믿는구나'라는 감정은 자연스레 쌓여간다. 그 감정이 고맙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 예비신랑이 던진 한 마디가 그동안의 감사함을 한순간에 복잡하게 만들었다. 농담처럼 꺼낸 말이었지만,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표현이었다.

"사실 너 백수일 때부터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어. 솔직히 걱정도 많았어. 그런데 난 너를 믿었어. 지금 백수인 것도, 몸무게가 최고였던 것도 사랑하는 너라서 그렇게 생각했어. 더 이상 내려갈 일은 없겠다 싶으니까 마음을 비우고 있었고. 결국 저점매수 성공했네."

이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했던 상대가 좋아지는 과정 자체를 사랑했고, 그래서 기다렸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장난 섞인 톤이었으니, 무거운 책임감이나 조건부 사랑을 암시하려던 건 분명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왜 기분이 이상할까?

'저점매수'라는 투자 용어가 사람 관계에까지 적용될 때의 위화감인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가치 있는 자산을 저가에 매입해 나중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을 뜻한다. 당사자가 의도한 것은 분명 다르겠지만, 상대의 가장 약한 시기를 기회로 포착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사람 간의 신뢰와 사랑을 마치 주식이나 부동산 거래처럼 프레임화했을 때 생기는 그 찜찜함인 것으로 보인다. 선의는 느껴지는데, 표현 하나 때문에 관계를 거래로 보는 것 같은 불편함이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예비신랑의 행동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했느냐'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감정도 어떤 언어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상대에게 완전히 다르게 전달된다.

고마움이 물씬 느껴지던 순간이 일순간 복잡한 감정의 혼합으로 바뀌는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를 무조건 믿고 기다려준 진심은 분명한데, 그것을 '투자 대상'으로 표현하는 순간 감사함과 불안감이 뒤섞인다.

특정 익명 게시판 글 1건을 바탕으로 한 이 사연은, 많은 커플들이 겪을 수 있는 순간을 담고 있다. 상대의 의도가 좋아도, 표현 방식 하나가 그동안의 감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현재는 취업도 성공했고 신체도 회복된 상태라는 점이 이 상황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누군가 자신의 가장 부족했던 시절을 함께 견딘 사람과 앞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될 때,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말로 표현하는지는 앞으로 전체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마움과 찜찜함이 동시에 드는 이 상태. 그것은 상대를 모두 받아들이려 했지만 '말의 온도'가 다소 차갑게 느껴졌을 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닐까.


📌 원문 발췌

지금 백수인것도 인생 최고몸무게인것도 사랑하는 너라서 그래도 더 내려갈 일은 없으니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마음이 가는대로 했더니 결국 저점매수 성공했다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