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료 부채는 얼마나 심각한가. 개인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중산층과 서민 가계를 짓누르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된 지 오래다. 이런 현실을 배경으로 톱모델 미란다 커와 스냅챗 CEO 에반 스피겔 부부가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캘리포니아 주민 25만 명 이상의 의료 부채 5억 5천만 달러(약 8,459억 원)를 탕감하도록 기부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거액 기부 미담'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점이 따로 있다. 이 기부가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때, 진정한 파급력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부부가 협력한 비영리 단체 '언듀 메디컬 뎁트'(Undue Medical Debt)는 일반인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기부금을 모아 의료 채권을 구매하는데, 바로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고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부실 채권들은 극히 낮은 가격에 시장에 풀린다. 언듀는 이런 채권을 헐값에 사들인 뒤, 해당 채무자들에게 탕감 통지를 보낸다고 한다.
기부금 1달러가 100달러 규모의 부채를 없애는 레버리지 효과를 만드는 구조다. 이는 금융기관의 손에서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취급되던 채권이, 비영리 단체를 거치는 순간 누군가의 생명줄이 되는 역설을 담고 있다. 부도채권의 악순환을 역으로 이용해, 소액 기부로 대규모 탕감을 가능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부가 직접 SNS 영상을 촬영해 공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갑자기 우편으로 '의료 부채가 탕감되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받으면 의심할 수밖에 없으니, 미리 영상으로 진정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에반 스피겔은 영상에서 '5억 달러 이상의 미납 의료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고 밝혔고, 미란다 커는 '가족들이 간병과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 부채를 덜어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고 전해진다.
수혜 대상자들은 7월 중순부터 우편으로 안내 편지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해야 할 일은 없다. 편지를 받는 것만으로 과거의 채무 기록이 소멸하게 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의료비로 인한 신용도 악화나 심리적 부담을 한 번에 덜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부부의 이런 선행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미술 대학 졸업생 전원의 학자금 대출금 1,000만 달러(약 153억 8천만 원)를 전액 대납한 바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의료 부채 탕감, 학자금 대출 대납—부부가 선택한 기부의 영역이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관찰이 가능해 보인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라기보다, 지속 가능한 패턴이라고 읽힐 여지가 충분하다.
📌 원문 발췌
기부금 1달러당 약 100달러의 부채를 해결하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에반 스피겔은 '캘리포니아 주민 25만 명 이상이 안고 있는 5억 달러 이상의 미납 의료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기부 파트너십을 맺게 되어 매우 기쁘다'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