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성공 뒤에 연락이 끊긴다. 그럼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배신감인 것으로 보인다. 함께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도 같은 경험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래전 필자가 알던 형은 가난한 지망생이었다. 당시 필자와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응원했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물질적·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생활비를 대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러다 몇 년 뒤 그 형이 연예인으로 데뷔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반갑게 연락해보자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을 때 나온 것은 번호 변경 안내였다. 알아본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필자를 비롯해 도움을 줬던 모든 사람들과 이미 오래전부터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번호는 데뷔와 동시에 바꿨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형이 아무것도 아닐 때 무시했던 사람들, 도움을 주지 않았던 사람들과는 여전히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어려움에 외면했던 사람들을 택하고, 도움을 줬던 사람들을 외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필자의 배신감은 깊어졌다. 특히 생활비까지 대줬던 지인이 한 통의 전화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에는 원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꼈다.

그 뒤 몇 년이 흐르면서 상황이 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형이 루머에 기반한 스캔들에 휘말렸다. 필자와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있었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형은 아무한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시간은 걸렸지만 홀로 그 위기를 극복해냈다.

바로 그 순간 필자의 인식이 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 배신이 아니라 단절이구나"라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단절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대체 왜 도움을 줬던 사람들을 떠나보낸 걸까.

얼마 뒤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 형이 함께 있는 사람들과 만나면 자신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절, 고통스럽고 가난했던 과거가 계속 상기된다는 점이었다. 도움을 줬던 사람들은 그 자신에겐 '과거의 자화상'을 상징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배은망덕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성공 뒤 새로운 정체성으로 시작하려는 심리에서 '과거를 촉발하는 관계'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멀리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 필자는 화면에서 그 형의 모습을 봐도 분노나 배신감이 없다고 말한다. 미련도, 원망도 없어졌다. 단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배신당한 게 아니라 단절된 것뿐이라고. 그래서 상대방을 원망하기보다, 각자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라고.

이런 현상은 개인의 성공 스토리 속에서 자주 목격된다.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과거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정리하는 행동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배은망덕일 수도, 단순한 심리 회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수년에 걸쳐 그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 원문 발췌

이 형님은 우릴 배신한게 아니라 우리와 단절을 한 것이라고. 우리랑 있으면 떠올리기 싫은 시절이 자꾸 상기되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