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의 노트북 계정으로 남긴 글인 것으로 보인다. 늘 얌전했던 아내에게 최근 새로운 취미가 생겼고, 그것이 일상 곳곳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사연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는 단계까지만 해도 그저 취미 활동이라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내의 관심은 어느 순간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가죽 다이어리를 구입하더니 이제는 매일 일기를 써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아내가 자주 일을 까먹는 습성이 있다며 남편이 먼저 사주긴 했는데, 문제는 그 다이어리와 함께 배송된 택배 박스를 열어본 시점부터 시작됐다.
상자를 개봉한 남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스티커의 향연이었다. 백개가 넘는 스티커들이 빽빽이 들어 있었다. 당황한 남편에게 아내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사지 않으면 누가 사겠냐며,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려면 이 정도 자료가 필수라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가정 내의 일상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식탁은 더 이상 밥을 먹는 공간만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그곳은 아내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작업실로 변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일같이 식탁에 앉아 스티커를 붙이고, 캘리그라피도 배워야 하니 손글씨 연습지까지 펼쳐진다. 가정 전체의 시간 배분이 아내의 새로운 취미에 맞춰지는 모양새다.
동시에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가 가정의 밥상에 나타났다. 요즘 들어 반찬 준비가 눈에 띄게 소홀해지는 것 같다는 게 남편의 피부에 와 닿는 관찰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간혹 파스타 같은 특식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따라오는 것은 "취미 준비하느라 밥은 직접 사 먹으라"는 아내의 제안이었다. 일상의 밥상이 점차 외식으로 대체되는 양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집의 곳곳이 다꾸의 흔적으로 점철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루에는 다이어리를 꾸미다가 떨어진 스티커 조각들이 주인을 잃고 남겨져 있다. 매번 그것을 보며 남편은 작은 한숨을 내쉰다. 다이어리에 글을 남기는 것 자체는 분명 훌륭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행위는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드는 의문은 이 정도의 탐닉이 정말 필요한 건지 하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이십대가 아닌 나이대에서, 라는 은연중의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30~40대 주부층 사이에 다꾸가 새로운 취미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캘리그라피 펜 같은 소모품이 계속 필요한 취미 특성상, 이로 인한 생활용품비 지출 증가와 가정 내에서의 역할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글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관찰한 기록으로 읽힌다.
📌 원문 발췌
스티커를 백개가 넘게 주문했더라구요. 자기가 안사면 살사람이 없다나 있다나 매일 식탁에 앉아 스티커를 붙이고 캘리그라피도 배워야 겠다며 요즘 반찬도 소홀해 지는거 같고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