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그런 경험이 있을까.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는 평소대로 커뮤니티에 들어와 무언가를 보다가 기분이 완전히 떨어져버렸다고 한다. "청천벽력"이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정확할 수 없겠다는 심정으로 보인다. 뭔가를 하려던 마음까지 싹 사라졌다고 표현하는 글의 톤에서 그 충격의 깊이가 느껴진다.
사건의 무게를 이해하려면, 글쓴이가 지금까지 얼마나 깊이 헌신해왔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쏟아부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모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어떤 신념이 가족 관계를 포기할 만큼 중요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지지라면 절대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는다.
금전적 측면도 마찬가지다. 글쓴이는 후원을 계속했고, 새로운 신간이 나올 때마다 사들였다고 한다. "없는 살림에 사고 또 사고"라는 표현에서, 경제적으로 결코 여유가 있지 않음에도 계속 투자했을 뜻인 것으로 보인다. 선택이라기보다는 거의 강박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인다. 이런 행동들을 모두 나열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소비 행위나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부모 관계를 버리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돈을 쓰고, 신간을 사 모으는 모든 것은 같은 대상에 대한 헌신의 다양한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정체성이 상당 부분 그 지지 대상과 깊이 얽혀 있었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기 때문에 배신감의 무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글에 어떤 사건이 터졌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지만, 글쓴이는 비유를 통해 감정의 깊이를 전한다. 첫사랑을 가장 친한 친구에게 빼앗겼을 때의 그 기분이 있었다고 한다. 배신감, 비참함, 무력함. 인생 초반의 그런 경험이 남긴 상처는 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느끼는 배신감이 그것보다도 더라는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더 더럽고 비참"하다고 명확히 적혀 있다. 이 비교 자체가 현재의 감정이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지점은 글쓴이가 누군가를 깊이 탓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내 눈 내가 찔렀는데 누구를 탓합니까"라는 표현은 자책에 가깝다. 자신의 맹목성에 대한 깨달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숙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을 만하다. 상대를 완전히 적으로 돌리는 대신,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는 태도가 드러난다.
글은 한 가지 의지의 표현으로 마무리된다. 다시는 이런 반복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일시적 후회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겠다는 수준의 각오에 가까운 것 같다. 지지가 정체성이 되고, 정체성이 배신이 돼버릴 때, 사람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글쓴이가 그 질문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 느껴진다.
📌 원문 발췌
내 첫사랑 남자를 내가 젤 사랑하는 친구에게 뺏겼을때 그 기분 보다 더 더럽고 비참합니다. 한 번만더 더 더....더 반복 안 할랍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