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우리 집의 욕실에는 한 회사의 제품들만 눈에 띈다. 내가 특별히 좋아해서 고르거나, 적극적으로 구입한 것도 아니다. 언제부턴가 그냥 그런 상품들이 집 안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게 되었다. 치약, 휴지, 세안 폼... 이들은 모두 같은 브랜드인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집에 굴러다니는 여러 상품 중 하나로만 생각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패턴이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실 선반에 그것이 있고, 욕실 세면대 앞에도 그것이 있으며, 현관 신발장 옆에도 누군가 정리해 둔 그것이 보인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 공간들을 그 회사의 제품으로 채워 나갔던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바로 나 자신이 아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모든 것은 엄마의 한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친구가 사용하는 제품을 소개받으면서, 엄마는 처음 몇 가지를 구입해봤다고 한다. 처음엔 '한 번 써보는 것' 정도의 심정이었을 거다. 그런데 사용해보니 만족스러웠나 보다. 그 다음부턴 집에서 필요한 생활용품이 생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매달 새로운 제품을 추가로 사오고, 이미 사용 중인 제품의 재구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욕실 전체가 그 브랜드로 차고 넘쳐 버렸다. '한 번 써보는 것'이었던 선택이, 어느덧 '습관적 구매'가 되어버린 셈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엄마에게 왜 자꾸 같은 제품만 사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의 대답은 항상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구가 좋다고 하더라' '이미 써본 거라 편하다'는 식이었다. 새로운 제품을 시도할 때의 불확실함과 번거로움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제품을 반복 구매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현상이 우리 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엄마의 또 다른 친구들도, 또 그들의 주변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 자주 나온다.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이 브랜드의 제품들은 수많은 가정의 욕실 속으로 조용히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고나 온라인 마케팅 없이도, 오로지 지인 네트워크만으로 제품이 확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의 공식 SNS 계정이 얼마나 활동적인지, 연예인 광고를 얼마나 많이 집행하는지와는 별개로,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추천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비싼 광고 예산 없이도 제품이 침투하는 이 현상은, 전통적인 입소문 마케팅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자신의 의도적인 선택이 아니라 주변 가족의 결정에 따라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들여온 제품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내 '선택'처럼 느껴진다. 이런 구조는 다단계 직판 방식의 독특한 특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판매원이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한 이 체계에서는, 제품이 친구 간, 가족 간에 매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경로가 형성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한 명이 판매원 또는 적극적 사용자가 되면, 그들의 일상 속에서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바로 광고가 된다. 가족들은 주변에서 그 제품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접하게 되며, 어느새 자신도 소비자가 되어버린다. 광고 회피가 가능한 디지털 환경에서, 물리적 공간에 놓인 제품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사용자가 아니라, 어느새 그 제품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의 힘을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관찰이 나오는 이유인 것 같다.
📌 원문 발췌
중년 아줌마들 사이에서 엄청 잘 팔리는듯, 우리 엄마도 친구 중에 ***하시는 분 있는데 그 영향받아서 치약, 티슈, 클렌징 폼 다 *** 씀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