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사실 일년생 식물이 아니다. 이것이 널리 알려진 통념과 현실의 첫 번째 괴리다.

고추의 원산지는 중남미, 특히 멕시코와 페루, 볼리비아 등의 열대에서 아열대 지역인 것으로 보인다. 학명 Capsicum annuum으로 불리는 이 식물은, 원산지에서는 여러 해를 살아낸다. 한두 계절 만에 수명을 다하는 게 아니라, 올해 열매를 맺으면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계속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생명력 강한 다년생 식물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반도에 도입된 고추는 다르게 자란다. 중남미의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고추가 맞닥뜨리는 첫 번째 적은, 겨울의 극한 혹한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겨울은 고추에게 거의 생존 불가능한 계절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수년을 버틸 수 있는 식물이지만, 한반도의 겨울을 견디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한반도 농민들은 자연스럽게 적응해나갔다. 봄에 심어서 가을에 거두고, 겨울이 오기 전에 뽑아버리는 관습이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온도 문제만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반도는 여름 장마 시즌의 높은 습도로 인한 병충해 압력이 극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역병, 탄저병, 풋마름병 같은 고추의 주요 병해들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번개처럼 빠르게 확산된다. 농민들은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전체 작황이 망가지는 경험을 반복해왔다. 살충·살균을 위한 관리도 치열해야 하고, 물 관리도 예민해야 하고, 비료 시용도 정밀해야 한다.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긴장 상태가 일상이 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에서 고추는 '멘헤라' 식물처럼 불리게 되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의 표현을 빌리면, "조금만 수틀리면 응 주글께"라는 수준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여러 해를 살며 강건한 생명력을 자랑하던 고추가, 한반도 환경에서는 한 시즌을 견디기 힘든 취약한 식물로 인식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고추라는 식물의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종이 사는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특성을 드러낼 수 있다. 고추가 약한 게 아니라, 한반도의 기후가 고추를 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 압력이 식물의 운명을 결정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농민들이 "고추는 약하다, 매해 새로 심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은, 고추 자체에 대한 절대적 평가가 아니다. 한반도라는 환경이 고추에게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관찰일 뿐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재배 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생물의 특성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 원문 발췌

사실 고추는 여러해살이풀이라서 저렇게 크고 오래 키울 수도 있는데 한반도의 혹독한 환경과 병충해때문에 조금만 수틀리면 응 주글께~ 하는 멘헤라가 되버렸다.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