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시 공간을 다니다 보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거리는 넓고 건물들이 빼곡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거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공원에 가도, 상업 거리에 가도, 역 주변에 가도 휴식 공간은 설계 밖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그곳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현상은 단순한 도시 미관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것이 일본의 공간 설계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논의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일본의 도시 설계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공공 시설물'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구조가 오래전부터 작동해 왔다는 것으로 보인다. 벤치는 돈을 버는 상품이 아니다. 벤치에 누군가 앉아 있다고 해서 상인들의 수익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곳을 점거하는 것으로 간주되거나, 무임승차하는 자처럼 취급될 수 있다. 따라서 공간은 남아도 이를 조성할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 작동한다. 이는 비단 벤치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화장실, 음수대, 휴게 공간 같은 '소비를 유도하지 않는 시설물'들이 공공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감소해 왔다는 관찰인 것으로 보인다. 도시 공간이 '공공재'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 자산'으로만 인식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흥미롭게도 이 설계 철학은 노동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소매점이나 서비스업 알바생들의 노동 관행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목격된다.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도 알바생들은 서서 대기해야 하며, 이것이 표준 관행으로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이 없어도 급여는 지급되지만, 그들이 앉아서 쉴 '공간'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이는 효율성' 또는 '근무 태도의 외형'을 강조하는 문화와 맞닿아 있다. 시설 공간이든 노동자의 신체든, '소비' 또는 '생산성'으로 직결되지 않는 것들에 자원을 할당하지 않는 원칙이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현상을 놓고 보면, 도시 공간과 노동 환경이 누구를 위해 설계되어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된다. 공공 공간이 '모두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만을 위한 공간', 더 정확하게는 '구매력 있는 자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축소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수익 논리가 공공성을 잠식하는 도시 구조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전반에서 심화되는 추세로 보인다. 따라서 벤치 하나의 부재는 단순한 편의의 부재가 아니라, 공공 공간이 점차 사유화되고 상업화되는 광범위한 변화의 작은 신호로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원문 발췌
손님없어도 알바생은 돈받으니까 계속 서서 기다려야된다는 일본 얘기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