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헌법 개정 논의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역사적 상징과의 충돌 구조를 띠고 있다.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국민이 직접 얻어낸 대통령 직선제는 과거 체육관에서 국회의원들이 국가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던 간선 방식을 폐지하고 획득한 성과다. 이는 단순히 정치 제도의 차이가 아니라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라는 상징이 되어, 현재의 모든 헌법 개정 논의를 제약하는 가장 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 중이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내각제로의 전환을 원하는 목소리가 분명 존재한다. 행정권과 입법권의 명확한 분리, 총리 중심의 안정적 정책 추진, 대통령권의 견제 등이 내각제의 장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문제는 헌법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내각제로의 전환은 곧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간선 방식으로의 회귀를 의미하고, 이는 87년 직선제 폐지로 읽혀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헌법 제130조가 개헌안의 최종 확정을 국민투표에 맡기는 이상, 설령 국회가 개헌안을 통과시켜도 국민투표 승인을 얻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부 개헌 담론에서 제시되는 절충안이 이원집정부제다. 이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면서도 총리에게 실질적인 행정권을 분산하는 구조를 취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대통령을 직접 선출한다는 형태가 유지되므로, 87년 직선제의 상징적 성과를 일부 보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개헌을 추진하는 세력의 관점에서도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국민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치적 절충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원집정부제의 원형인 프랑스 제5공화국의 실제 작동 방식을 면밀히 관찰하면, 이 체제의 이상과 현실은 크게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다. 프랑스에서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일치할 경우, 총리는 형식적 역할로 축소되고 사실상 대통령이 행정 권력을 독점한다. 반대로 대통령과 국회가 반대 진영에 속하는 동거정부 국면에서는 총리의 권한이 급증하여 준(準)-대통령제 같은 구도로 변모한다. 결과적으로 이원집정부제는 상황에 따라 권력 구조가 크게 달라지는 하이브리드 체제로 전락하게 되며, 명확한 책임 소재 설정도 어려워진다. 정치적 비효율과 불안정성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헌법 개정이든 최종 성패는 국민투표의 설계 방식과 사회적 합의 과정에 달려 있다. 내각제의 이론적 정당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87년 직선제 쟁취의 역사적 무게를 우회할 수는 없으며, 이원집정부제 역시 그 모호성으로 인해 장기적 정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 정치의 제도 개혁이 성공하려면, 국회의 정치적 욕망뿐 아니라 국민의 역사 인식과 현실 정치의 균형을 동시에 고려한 성숙한 입법 과정이 필수적이다.


📌 원문 발췌

국민이 피로 쟁취한 직선제 명분이 너무 큰데 이걸 다시 간선제로 국회의원들이 국가원수 총리를 뽑게 하자구요? 국민투표 통과를 못시킬게 고민이겠죠.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