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는 저금리 시대에도 세입자들에게 월세에 비해 실질적인 주거비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매달 나가는 현금 부담 없이 목돈을 활용할 수 있고, 전세 대출금리가 월세 수준보다 훨씬 저렴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상당수 세입자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세입자 보호 규정(최대 6년 거주권, 전세금 인상 제한 등)을 보면,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수준의 주거 안정성을 제공하는 제도인 셈이다.

그렇다면 전세 폐지론은 어떤 근거 위에 서 있을까? 주요 주장 세 가지를 들어보면 모두 '폐지'가 아닌 '제도 개선'으로 충분해 보인다. 첫째, 전세사기 문제다. 매년 증가하는 전세사기 피해는 분명 심각하지만, 모든 사회 제도에는 헛점이 있다. 99%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데 1%의 사기를 들어 제도를 통째로 없앤다는 것은 논리 비약이다. 필요한 것은 처벌 강화와 거래 투명성 확대지, 제도 폐지가 아니다.

둘째, 갭투자와 전세 대출을 통한 집값 상승이라는 주장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대출 제한이나 갭투자 징후에 대한 사전 규제가 훨씬 효율적이다. 전세가 없는 미국이나 영국, 홍콩의 집값이 한국보다 높은 사례를 보면,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도시 집중화이지 전세 제도 자체가 아니다. 셋째,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분쟁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월세가 이 문제를 해결할까? 오히려 월세는 매달 현금 수수가 반복되어 집주인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진다. 보증금 환급을 둘러싼 마찰도 월세에서 더 흔하고, 월세 세입자들은 원상복구 요청을 더 엄격하게 받는 경향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세 폐지 후의 시장 변화다. 민간 전세 공급자가 줄어들면 그 공백을 대형 건설사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채울 것이다. 현재 전세가 간접적으로 월세 상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전세가 사라지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월세 임대료는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신혼부부와 사회 초년생들이 대기업에 월세를 착취당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셈이다.

정책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공공임대 확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진정한 주거 어려움을 겪는 층은 이미 공공임대에 입주하고 있다. 공공임대를 기피하는 이들의 실제 요구는 '역세권 브랜드 아파트를 저가로'라는 것으로, 이는 복지가 아닌 개인의 욕망 충족이다. 세금으로 모든 시민의 욕망을 채워줄 수 없으며, 경제력에 따라 주거 수준이 결정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제도 폐지가 아니라 제도 개선이다. 전세사기 처벌 강화, 갭투자 규제, 거래 투명성 확대를 통해 헛점을 메우면 된다. 99%가 정상 작동하는 제도를 1%의 문제로 인해 폐지하는 것은 정책 설계의 기본을 외면하는 것이다.


📌 원문 발췌

지금도 99%의 대다수의 전세 세입자와 집주인은 아무 문제없이 지내는데, 일부 전세사기 터진 걸 빌미로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건 뭔 논리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