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까지 불과 몇 시간을 남긴 어제 아침,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남편의 항암제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해 지난달부터 추진해온 국회 청원이 목표인 5만 명까지 도달하려면 여전히 1만 3천여 명이 더 필요했거든요. 상대적으로 짧은 청원 마감 기간 동안 이미 3만 7천여 명이 참여했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마감 시간이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숫자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얼굴을 마주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부족했던 1만 3천여 명이 단 몇 시간 사이에 모두 참여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익명 커뮤니티에 우리의 사정을 읽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청원 링크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게시물에 붙였다가, 댓글에서 계속 언급했다가, 지인들에게 문자로 보냈다가, SNS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들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내 일처럼 움직여주었습니다. 클릭 하나 하나가 모여서 파도가 되었고, 그 파도가 5만의 숫자를 만들었습니다. 저도, 남편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틱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5만 명 동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언론 헤드라인만 보면 '항암제 건강보험 급여화 확정' 같은 착각이 생길 수 있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국회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될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정책 변화를 만드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 약물의 의료적 효과성과 경제성을 평가해야 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보험 급여 등재를 의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거절될 수도, 보류될 수도, 조건부 승인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청원 달성의 가치입니다. 논의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최소 요건을 충족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논의의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 이제는 적어도 공식 심사 절차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익명 게시판의 사람들은 왜 남의 일처럼 보이는 이 청원에 시간과 손가락을 들었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공감이었을 겁니다.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공감, 그리고 제도가 누군가의 생명을 너무 쉽게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신념의 발현일 것입니다. 가족을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함, 누군가의 배우자·부모·자식이 투병하는 상황의 절박함을 자신의 경험 속에서 추측할 수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를 미루고 동의 버튼을 눌렀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단순한 정보 교환 공간을 넘어 실제 사회 변화의 첫 단추를 채우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제부터 심사 위원회의 전문적 평가가 시작되어야 하고, 최종 승인까지는 더 많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항암제의 유효성, 경제성, 다른 치료제와의 비교 등 여러 기준에서 심층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5만 명의 서명은 이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과제임을 증명하는 첫 번째 증거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가져야 할 '작은 희망'일 것이고, 그 희망 위에서 앞으로의 긴 싸움을 견디게 될 것입니다.
📌 원문 발췌
어제 오전만해도 13,000명 정도 남아있어서 어렵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어제 저녁에 청원동의 5만명이 달성되었습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