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함께한 남자친구. 결혼 나이라고 생각한 32살 전에 결혼을 꺼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결혼하지 않겠다. 아이는 더욱 낳지 않겠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의 삶을 들어보니, 결혼을 거절하는 것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깊은 역사였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했고, 아버지와 둘이 살다 6년 전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형제도 없었다. 혼자 남겨진 그에게 '가족'은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잃을 대상이었다.

심리학에서는 조기의 가족 해체—부모의 이혼이나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이 반혼·반출산 성향을 보이는 것을 '애착 회피'라는 패턴으로 설명한다. 그것은 성격이나 철학이 아니라, 안전감 박탈로 인한 방어 기제다. 그의 거절은 깊은 상처에서 비롯된 신념이었다.

그가 말했다. 이 세상은 고통 자체라고. 자신이 만들 자식에게 그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아내와 자신 중 한 명이라도 아플 수 있고, 사업이 망할 수도, 아이가 병들 수도, 둘이 맞지 않아 이혼할 수도 있다고. 그런 모든 변수의 아픔이 새로운 생명에게 전달되는 것이 너무 두렵다고.

역설적이었다. 놀이공원에 가면 아이들을 유독 귀여워하고, 그들의 모습에 웃음 지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식으로는 낳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것은 삶 자체를 혐오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만들 새로운 가족이 무너지는 장면—부모처럼 이혼하거나, 자신처럼 사별로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형태의 방어였다.

상대의 제안도 거절당했다. 자신은 아이를 낳지 않겠으니, 결혼만 하자고 했을 때, 그는 다시 단호했다.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바뀔 수 있지 않냐고. 지금은 "아이 안 낳겠다"고 약속하지만, 몇 년 뒤 혼자 남겨질까봐 아이를 가지고 싶어질 수도 있다고. 그 변심을 받아주지 못하면 자신이 이혼을 제시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따라서 처음부터 결혼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의 표면은 밝았다. 웃음이 많고, 사람들에게 다정했다. 어른이든 식당 직원이든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하지만 미래에 관해서만큼은 그 어떤 설득도 들어주지 않았다. 깊은 상처가 내면화된 사람들은 이렇게 나타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특정 주제에서만 절대 양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방의 설득, 그의 마음을 바꾸려는 시도는 현실적이지 않다. 트라우마는 논리로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적 안전감 회복이 먼저여야 한다.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함께 고민하거나, 시간을 더 갖거나, 아니면 애초에 다른 길을 가는 것 중 하나여야 한다. 감정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간극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


📌 원문 발췌

난 결혼안한다. 애는 더더욱 안 낳을거다. 이 세상은 진짜 고통 자체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