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만나다가 결혼했는데, 다들 그렇듯이 서로의 집안 문화가 달랐어요. 저희 집은 모두 고학력에 각자 일을 알아서 하고, 형제 모두 대학 때부터 쫓겨나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면서 살았어요. 서로 친하지도 않아서 연락도 안 하고 간섭도 안 해요. 그런데 시댁은 아버지 혼자 버시고 어머니는 평생 주부로 사셨는데, 매번 반찬도 챙겨주고 안부도 자주 물으셨어요. 남편은 직장을 다니면서 강제로 독립하게 된 케이스죠.

저희가 5살 차이라 제가 모아둔 돈이 별로 없어서 더 모으고 결혼하려다가 어쩌다 보니 결혼하게 되었어요 (회사에서 미혼만 외국 지사 강제 발령). 시댁에 인사 갈 때부터 아버지가 자꾸 "일 안 하고 집에서 아기 키우고 살림하면 된다"고, "우리 때는 어머니가 일한 번도 안 하시고 가정을 지켰다"며 이러셨어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았고, 마음 써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저희 집은 아버지가 대기업 다니지만 엄격하신 편이거든요.

그러다가 계획보다 일찍 임신이 되었는데, 시댁에서 너무 기뻐하시면서 "아기를 많이 낳으라"고 네 명, 다섯 명도 좋다며 자꾸 퇴사를 요구하셨어요. 옆에서 남편은 그냥 넘기라고만 하는데, 남편 연봉으로는 유모차도, 분유값도 못 낼 정도인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시부모님 두 분 모두 좋으신 분들이에요. 자상하고 교양 있으시고, 잘 챙겨주시고, 전통을 강요하는 것도 일절 없고, 아들을 과대평가하지도 않으세요. 오히려 "가장으로서 너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하면서 계속 훈계하세요. 그런데 사실 남편은 곱게 자라서 고생하는 것을 싫어해요. 공부하는 것도 싫어해서 학력도 그럭저럭이고, 몸쓰는 일도 절대 안 해요. 군대에서는 훈련보다 시골 착출되어 일손을 돕는 게 그렇게 싫었대요.

제가 이해 못 하는 부분은 결혼 전에는 아들을 안 고치시고, 지금와서 자꾸 바꾸려고 하시는지 몰라요. 저보다 학력도 낮고 연봉도 낮아도 저는 불만이 없어요. 무뚝뚝하지만 자상하고, 옆에서 묵묵히 잘 챙겨주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허세 안 부리고, 할 수 있는 만큼 주식도 하고, 각종 혜택을 꼼꼼히 알아보는 등 생활력도 있으니까요. 요즘 결혼이 아니라고 하면서 다들 손해 보기 싫어하는데, 남편은 마치 딸처럼 챙겨주거든요.

이번에 시댁에서 남편이 자전거 동호회를 다닌다는 걸 알고는 "위험하다"고 그만하라며 훈계한다고 불러서 시댁에 갔는데, 이미 8년을 한 것을 어떻게 말린다고 하는지, 결국 잔소리만 듣다가 왔어요. 그러면서 또 저에게는 아이 낳고 집에만 있으라고 하는데, 이제는 그냥 보여주기식 같기도 하고, 매번 그러니까 결혼을 잘못했나, 내가 고생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도 들어요.

참고로 저희 집은 계산적이라 대가가 있어야 거래가 돼요. 예를 들어 아이폰을 갖고 싶다면 반에서 5등 안에 들거나 올림피아드 준결승 같은 걸 이뤄야 해요. 당연하게 실천했구요. 대학교 때 개인사정으로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돈이 필요해서 말씀을 드려도 "지불할 대가가 없으니 못 들은 걸로 하겠다. 담보도 없이 흥정할 거면 오지 마라"고 하셔서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어요.

또래를 보다가 신기했던 점은 부모에게 돈을 받을 때 금액을 뻥튀기한다는 거예요. 저희 집에서는 쓴 돈의 출처를 모르거나 금액이 0.1원도 안 맞으면 정말 혼났거든요. 그러니까 시댁은 말만 하고 딱히 해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집을 사주든지, 생활비를 매달 주든지, 아니면 아이를 전적으로 키워주든지, 못 해도 남편 연봉을 바꿔주든지 하는 실질적인 대안은 없어요. 자신은 이 정도 업적을 이뤘으니 너도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다일 뿐이에요. 나아가 며느리는 왜 자꾸 붙잡고 늘어지는지도 의문이에요. 고작 돈 한 푼 한 푼 아껴서 손떨면서 아기 용품을 사고, 우울하게 집에 틀어박혀 아이를 키우는 걸 바라시는 걸까요?

저는 애교 있는 편도 아니고 T 100의 성향이라 직설적이라서 "아드님 잘못 키우신 것 같으면 반품해 드릴 테니 다시 키워서 주세요"라고 하고 싶은데, 싸가지가 없어 보일까 봐 좀 유도리 있는 멘트를 부탁드려요. 주위에 결혼한 친구도 없고, 직장에서 말하기엔 너무 사적이고, 친정에 얘기하면 "알아서 하라"고만 하니까 조언을 얻을 겸 이렇게 글을 써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