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이 5년간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는 그 악순환 속의 주인공이었다. 싸움의 주제는 항상 하나였다 — 남편의 술이었다.

일주일에 네 번, 새벽까지 마신 술을 안고 돌아오는 남편. 그 뒤의 패턴도 고착되어 있었다.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지고, 아침이 되면 깨워달라는 말에 화를 낸다. 그 반복이 5년 동안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설득 방법을 시도했다는 게 현실인 것으로 보인다. 말로 타이른 적도 있고, 감정을 드러내며 울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서명을 받은 각서까지 만들어 냉장고에 붙여뒀다. 남편도 그 종이 앞에서 다시는 과하게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약속이 의미를 잃은 것으로 보였다. 당사자가 직접 목격한 한 장면 때문이었다. 냉장고에 붙은 각서 바로 앞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는 남편의 모습. 약속한 종이가 배경이 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5년의 말, 5년의 눈물, 5년의 각서가 모두 무너지는 순간이었을 것 같다. 이 글쓴이는 그때 뭔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설득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신호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회는 지난주 금요일 새벽 두 시에 왔다. 또 다시 그 시간에 남편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글쓴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내거나 설득하거나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대신 선택한 행동은 더 직관적이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캐리어 두 개를 꺼내 짐을 챙겼다. 아이의 짐도 챙겼다. 남편에게 어디 가냐고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고, 당사자도 그런 설명을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조용하게 친정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조용함이 얼마나 강력한 신호인지를 남편은 점심때 깨달았을 것 같다. 전화는 스무 통이나 울렸다. 처음 몇 통은 분노에 가득 차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넌 어디야?", "아무 말도 안 하고 왜 나갔어?", "뭐 하는 거야?" 이런 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달라졌다. 통화가 거듭될수록 남편의 목소리가 변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마지막 통화에서 나온 건 이 글쓴이가 5년간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약속이었다. "술을 끊겠다"는 말이었다.

5년간의 설득이 못한 것을 하루 만에 이뤄낸 게 뭘까. 짐을 싸는 행동이었다. 누군가와 말로 통하지 않을 때, 조용한 이탈만큼 강력한 메시지는 없다는 걸 이 당사자는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도 여전히 친정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남편의 행동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번엔 각서 같은 종이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달라진 남편의 모습을 마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의 경험이 또 다른 무의미한 반복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판단일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각서는 냉장고에 붙어 있는데 그 앞에서 맥주 꺼내 마시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에 애 데리고 친정 갔어요 캐리어 두 개 싸서요. 5년 동안 한 번도 못 들은 말을 하루 만에 들었네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