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료로 오래 지낸 언니가 있다. 수십 년을 알아온 사이라 꽤 가깝지만, 둘의 생활 방식은 정반대다. 언니는 50대 초반 미혼이고, 돈 쓰는 것을 극도로 아껴서 소위 '짠순이'라 불리는 스타일인 것으로 보인다. 운전면허도 없고 자동차도 없어서, 함께 여행을 다닐 때면 글쓴이가 항상 운전대를 잡는다.

문제는 비용 분담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 톨비, 휘발유, 밥값까지 모든 것을 정확히 반반으로 계산한다. 글쓴이가 몇 시간을 운전한 수고, 피로는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고 어떤 날은 짧지만, 언니가 낸 돈은 항상 정확히 절반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처음엔 "이 정도는 괜찮다"며 넘어갔다. 오래 알아온 사람이고,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언니의 이런 태도가 계속되다 보니, 글쓴이도 점점 달라지게 됐다고 한다. 예전처럼 먼저 "내가 낼게"라고 나서지 않고, 철저히 정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일이 있었다. 언니가 "헌혈하러 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쓴이는 의외라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언니는 평소 빈혈이 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헌혈할 생각은 없었다. 헌혈 전 혈색소 수치를 확인하는 검사만 받으러 가려고 했던 것. 헌혈의집에서는 헌혈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무료로 혈액 검사를 해준다. 언니는 그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빈혈 상태를 확인하려고 한 셈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물었다. "병원을 가지 않고 왜 헌혈의집에서 검사하려는 거야?" 언니의 대답은 간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 검사비가 아까워서라는 것. 그래서 글쓴이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과에 가서 정식으로 검사받으면 더 정확하고, 비용도 1만~2만 원 정도일 거라고. 그러자 언니는 "어차피 조금 후에 건강검진을 받을 때 피검사를 추가할 테니까"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 왜 지금 헌혈의집에 가려고 하는 걸까. 이미 나중에 검사를 받을 계획이 있는데 말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처음엔 언니의 절약 성향을 단순히 성향 차이로 봤다. 돈을 어떻게 쓸지는 개인의 자유니까. 언니가 여행지에서 특산물을 사지 않거나 커피를 절약하는 것도 그렇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헌혈의집 이용 계획은 다르게 느껴졌다. 여기는 단순한 개인 소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헌혈의집의 사전 검사는 헌혈하려는 사람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로 운영되는 시스템인 것으로 보인다. 무료라고 해서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다. 혈액 검사 기계도 필요하고, 이를 운영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해당 비용은 결국 헌혈 시스템 유지비에 포함되고, 그 시스템은 혈액이 부족한 환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게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헌혈할 의향이 없으면서 검사만 받으러 가는 행위는, 언뜻 보면 '공짜 검사를 잘 이용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 본래의 목적(헌혈 활성화, 혈액 확보)과는 맞지 않는 이용 방식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또한 이런 방식의 이용이 늘어나면, 실제로 헌혈할 사람을 응대하고 혈액을 관리하는 자원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글쓴이가 느낀 불편함은 여기에 있었다. 개인의 절약은 개인 소비 선택이지만, 공공 시스템을 자신의 경제성만 고려해서 이용하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래 알아온 지인을 보면서 글쓴이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절약하는 성향만 봤을 때는 "그럴 수 있지"라고 봐줄 수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게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안 쓰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편의를 위해 남이 마련한 공공 시스템을 무료로 쓰려는 태도가 눈에 띈 것으로 보인다. 절약과 무임승차의 경계는 어디일까. 글쓴이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


📌 원문 발췌

그런 언니가 며칠 전 헌혈을 하러 가겠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실제로 헌혈을 하려는 게 아니라, 헌혈 전에 헌혈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혈색소 수치 검사만 받으러 간다는 거였어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