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무물보(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게시글이 한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게시글 주인공인 ***은 여러 질문자들의 물음에 "애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특별히 좋아하는 아이돌도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 입장에선 자신의 취향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일 뿐이겠지만, 이를 읽은 글쓴이는 적잖은 어색함을 느꼈다. 마치 다른 세계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왜 그런 답변에서 위화감이 생겼을까.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미 팬덤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물보 같은 Q&A 게시판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주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요즘 본 애니는?", "취향의 유형은?"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소설, 게임 등 다양한 관심사도 당연히 공존하지만, 그중에서도 K-pop 아이돌과 일본 애니는 온라인 게시판의 가장 큰 비중을 점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태계 속에서 "둘 다 관심 없다"는 답변은 마치 이질적인 신호처럼 잡힐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의 답변이 진심이었든, 농담으로 한 것이었든 말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당신이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덕질(팬덤 문화)에 참여하고 있다면, 그 바깥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글쓴이가 느낀 "나랑 먼가 다른세계같아서"라는 표현이 바로 이 심리를 잘 담고 있다.
팬덤 문화가 온라인의 기본 언어가 되면서 흥미로운 신조어도 생겨났다. 팬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현실머글'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마우글(muggle, 마법을 모르는 일반인)이라는 용어에 '현실'을 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본래는 현실에 충실한 일상인을 긍정적으로 부르려던 것일 수도, 아니면 팬덤 커뮤니티를 떠난 사람들을 구분 짓는 의도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신조어가 생겨나고 실제로 쓰인다는 것 자체가 팬덤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다수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반응이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팬덤이 커질수록 그 바깥 진영을 명확하게 카테고리화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근본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이것으로 보인다. ***처럼 애니와 아이돌 모두 무관심한 사람이 정말 드물까? 아니면 자신이 속한 온라인 커뮤니티 환경의 편향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현실에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 꽤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특히 익명 게시판과 SNS라는 공간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쪽이 훨씬 실질적이고 유리하다. 무물보처럼 능동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포맷이 늘어날수록, 그것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욱 눈에 띄게 된다. 결과적으로 팬덤과 비팬덤의 경계가 더욱 뚜렷하게 그려지는 것도 당연한 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은, 단순히 아이돌과 애니 팬덤이 실제로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취향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당연해진 환경에서, 드러낼 취향이 없거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시각적 효과일 수도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의 무물보 답변이 '신기하게' 느껴진 건, 그것이 실제로 매우 드문 취향이라기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수한 생태계와 선택적 노출의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원문 발췌
애니에 전혀 관심 없고 좋아하는 아이돌도 없다고 하시는데 ***님이 특이한 경우지?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신기하게 느껴져.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