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의 긴장 고조가 국제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있다. 원유 수출 안정성이 불확실해지면서 유가가 오르내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포착된다. 같은 지정학적 충격을 받고도 국가별로 주유비 상승 정도가 전혀 다르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일상적으로 자동차를 운행해야 하는 사람들의 지갑 사정도 그만큼 달라진다.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유가 인상폭을 억제한 편으로 평가되고 있고, 인도는 더욱 효과적으로 국내 유가를 방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같은 세계 시장 충격인데 국가별로 체감이 이렇게 다른 이유가 뭘까.

인도의 '이중 방어' 전략

인도가 상대적으로 잘 견디고 있는 배경은 두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첫 번째는 수입선 다변화다. 국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 원유 가격이 국제 기준가보다 할인되고 있다. 인도는 이 기회를 활용해 러시아산 저가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체 원유 구성에서 싼 가격의 물량이 늘어나, 평균 수입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두 번째는 국영 정유업체의 높은 비중인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정유 부문은 국영기업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가 가격 정책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이 지배적인 국가와 달리, 국영 기업에 대해서는 국가가 마진을 조정하거나 공급 가격을 제어할 여지가 생긴다.

두 가지 요소가 맞물리면서 인도는 같은 전쟁 충격 속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유가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구조적 제약

한국도 무대책인 건 아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같은 세금 조정으로 충격의 일부를 흡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한계를 드러내는 지점이 있다. 한국의 정유 산업은 민간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금을 깎아줘도, 원유값 상승은 정유사들의 이윤 증가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반대로 유류세를 조정해도 정유사 마진까지 통제하기는 법적·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게 현실인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서 종종 나오는 불평이 정확히 여기를 지적한다. '세금은 깎아주는데 석유회사는 마진으로 챙긴다'는 얘기다.

실제로 몇몇 분석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정유사들의 이윤 증가 사이에 간격이 있다고 한다. 정부의 완충 정책과 민간 부문의 이윤 추구 사이에 구조적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

현재까지 한국은 '선방'이라는 평가를 받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게 근본적인 구조 강점인지, 아니면 현 수준의 유가 상승에서만 작동하는 임시방편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만약 이란-미국 분쟁이 군사 충돌로 번진다면? 혹은 다른 지정학적 불안정 요소들이 중첩된다면?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보다 훨씬 더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그런 시나리오에서는 유류세 조정만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모두 담당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게 에너지 관련 분석가들의 관측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기화 또는 확전 국면에서 한국과 인도의 구조적 격차는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강도, 산업 구조(국영 vs 민간), 수입 다변화 전략의 차이가 누적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뉴스, 다른 체감

국제 에너지 시장의 같은 충격도 각 나라의 에너지 수급 구조, 정유 산업 구성, 정부 개입의 범위에 따라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지금 한국이 유가에서 선방하는 것은 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현재의 유류세 정책과 국제유가 수준 사이에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다만 그 타이밍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지는 지정학적 변수들(분쟁 수준, 유가 변동폭, 정책 조정 여력)에 의존하고 있다. 전쟁이 진짜 길어지거나 확전되지 않기를 바라는 게, 결국 각 가정의 주유비 부담을 덜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한국과 일본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고, 인도가 아주 선방을 하고 있는데, 듣기로는 러시아로부터 아주 눈탱이 쳐서 수입해 온다는 말도 있습니다. 인도는 석유회사에 국영 비중이 높아서 가격 통제도 잘 되는 편이라고 하네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