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벙커가 2년 뒤 이전한다는 소식이 떠돈다. 이곳은 문화복합공간으로 오페라와 음악 공연을 정기적으로 펼쳐온 곳인 것으로 보인다. 정든 공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감정이 밀려오기도 하고, 그 시간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엔 한두 번 다니는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덧 습관처럼 자주 오게 된 공간인 것으로 보인다. 이전 예정을 앞두고 의식적으로 더 자주 발길을 옮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없어질 공간을 앞두고 느껴지는 심리가 있다. 평소 무심코 지나던 일상의 장소들이 갑자기 기록해야 할 대상으로 변한다. 공연장뿐 아니라 주변의 몇 가지 맛집들도 함께 '유효기간이 있는' 세트처럼 다가온다. 공연 전후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엮여 있어서, 이 코스 전체가 이 시간에만 유의미한 경험으로 느껴진다.
평소 함께 오던 언니가 ***이 되면서 혼자 다니게 됐다. 함께였던 루틴이 깨진 건 아니지만, 혼자가 된 만큼 더 의지적으로 계속 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근하려는 마음으로 다니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서대문역이 공연 동선의 입구다. 벙커로 가기 전 매번 들르는 상점에서 ***호떡을 사 간다. 따뜻할 때 먹으면 당연하고, 냉했을 때도 맛이 생각보다 잘 지속되는 편인 것으로 보인다. 이게 의외의 장점인데, 공연장까지 가는 길에 먹거나 집에 돌아가서 다음 날 아침 간식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작지만 정성 있는 맛이 오래 남아 있는 편인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이 ***장인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한 번은 먹어보고 싶던 곳이었다. 이번 방문 시 브레이크타임과 겹쳐 40분을 기다려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웨이팅 시간이 길었지만, 먹은 후에는 충분히 값어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물의 깔끔함이 좋았고, 곁들여진 김치가 유독 맛있었다. 기본에 충실한 집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 같다. 대기할 때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여유 있는 날에 방문한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것 같다.
공연 시간까지 여유가 있으면 근처의 ***카페에 들어간다. 커피의 맛 자체보다는 카페 공간의 분위기와 사장님의 친절함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편인 것으로 보인다.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아담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한두 잔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혼자 오게 되면서는 이렇게 조용한 공간의 필요성을 더 느낀다.
이날도 공연장에 30분쯤 일찍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2년이라는 제한된 기한이 있는 공간이라서인지, 평소보다 이 동선들이 더 의식적으로 다가온다.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경험인 것으로 보인다.
충정로 벙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주변 맛집들과 함께 이 코스를 여러 번 더 다시 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이 없어지기 전에 기억에 남겨두고, 마지막 시즌을 의식적으로 즐기는 것. 지금이 그런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 원문 발췌
2년 뒤면 이제 충정로 벙커도 없어지겠네요 나름 정든 벙커인데 이전할 때까지 열심히 와봐야겠어요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