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함께한 여행 밤. 가장 새로운 순간이자 가장 취약한 순간이었다. 남친이 처음으로 당신의 신체를 온전히 보는 그 자리에서, 그가 던진 한 마디는 지금까지 마음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갈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밤이 깊어가면서 더 가까워지고, 더 많은 것을 나누게 되고, 더 취약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바로 그 지점이었다. 가장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맞이하는 순간, 그의 한 마디.
특정 신체 부위를 본 그의 반응. 그저 무심하게, 생각 없이 내뱉은 듯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뭔가 달라졌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상처가 남아 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그 말이 계속 떠오른다. 밤마다, 수시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혼자 있을 때는 더 심하다. 그 순간의 그의 표정, 그의 목소리, 그 말이 자꾸만 리플레이된다.
가장 난처한 건 이거다. 본인도 그의 의도가 나쁘지 않았다는 걸 안다. 기분 나쁜 소리를 일부러 하려던 게 아니라는 것도 이해한다. 다툼을 일으킬 요량으로 내뱉은 말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깨닫고 있다. 그런데 그 이해가 상처를 덮어주지 못한다. 이게 가장 이상한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의도가 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도 감정이 사라지지 않곤 한다는 게 이 상황의 모순인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으로는 상대를 이해하는데, 감정은 계속 상처를 외치고 있는 상황. 이 둘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검열에 빠진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그냥 넘어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상대가 나쁜 뜻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마치 내 감정을 정당화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상처가 과한 건 아닌지, 자신이 받은 말이 정말 그렇게 나쁜 건지, 자꾸만 의문을 품게 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건 함정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의 의도와 내가 받은 상처는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쪽이 선해야 다른 쪽의 감정이 정당해진다는 식의 생각은, 감정의 본질을 오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밤이란 게 얼마나 특별한지 생각해보자. 모든 방어막을 내려두고 가장 취약한 상태로 상대를 맞이하는 순간인 것으로 보인다. 신뢰라는 무거운 짐을 건네는 자리다. 평소 같으면 넘어갈 한 마디도, 이 순간의 말은 다르게 들린다. 그래서 이 순간의 한 마디는 평소와 다르게 무게를 가진다. 당신이 보여주는 가장 사적인 부분을 상대가 처음 본다는 것 자체가, 이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 자체가 얼마나 취약했는지, 상대방의 말이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를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흐르는 시간이 상처를 자동으로 치우지는 않는다. 특히 친밀함 속에서 받은 상처는 더 그렇다. 자꾸만 떠오르고, 자꾸만 씹게 된다. 그렇다고 그 모든 걸 상대에게 쏟아낼 수도 없다. 괜히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고, 상대를 상처 주려는 의도가 없던 마음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쉽게 넘어갈 수도 없다. 마음 밑바닥에서 계속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상황. 이게 가장 괴로운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글쓴이에게 남은 선택지는 몇 가지다. 첫째, 차분하게 그 말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는지 전할 수 있다. 상대가 그 말의 무게를 깨닫고, 앞으로는 더 조심할 수 있도록. 둘째, 시간을 들여 스스로 그 감정과 화해하는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상처를 소화해내는 길. 셋째, 아무것도 아닌 실수라고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 어느 것을 선택하든, 의도 없는 말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처는 당신이 느끼는 그대로가 정당할 수 있다는 거다.
📌 원문 발췌
남친이 특정 신체부위를 보고 무심코 한 말에 아직도 충격과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기분 나쁜 말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알아도, 마음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