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아버지가 달라졌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걷기가 불안정해졌다. 방에서 가장 작은 소음이 들려도 뒷꿈치를 들고 달려나간다. 명확한 이유 없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모습. 며칠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모습이 처음 나타난 건 아니다. 수년 전 처음 섬망 증상이 보였을 때 글쓴이는 당황한 것으로 전해진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 걱정해서 치매 센터를 직접 찾아갔다. 전문가 검진 결과는 치매가 아니었다. 단순히 기력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판단이었다. 그 이후로 가끔씩 비슷한 증상이 반복됐지만, 요즘 상황은 질이 다르다.

섬망이 치매와 혼동되는 이유는 비슷해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섬망은 대개 환경 변화, 기력 저하, 수면 교란, 약물 부작용 같은 복합 원인이 겹쳐서 갑자기 나타난다. 치매는 뇌의 구조적 손상으로 진행 속도가 일정하지만, 섬망은 원인을 제거하면 호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아버지의 경우 정확히 그런 구조로 보인다. 증상의 재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고, 화려했던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헛것을 보는 단계까지 왔다.

그 배경에는 건강 문제와 약물 관리의 악순환이 있다. 아버지는 폐기흉과 폐렴을 앓고 있으며, 오래 담배를 피워왔다. 작은 불편함도 참지 못하는 성향 탓에 거의 매일 여러 병원을 방문한다. 그럼에도 각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들이 계속 쌓여간다. 침대 머리와 수납장 어디를 보든 약봉지로 가득하다. 의약품 관리가 자신의 몸을 지배당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 상황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글쓴이가 계속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아버지를 설득해서 약을 줄이려 해도 습관적으로 약봉지를 뜯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오늘도 방금 약을 드시려 하는 아버지를 말렸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다약제 복용 문제는 단순히 약의 양이 아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받은 약들 간의 상호작용을 추적하고, 복용 시간을 관리하고, 부작용을 감시해야 한다. 한 명의 자녀가 노인 단독 투약을 모두 관리하는 것은 의료 지식도 필요하고, 매일의 집중력도 필요하다.

더 깊은 악화의 계기는 돌봄의 공백이었다. 어머니가 2개월가량 입원했을 때가 그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 아버지에 대한 일상적 돌봄이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규칙적인 식사와 약 복용 확인, 병원 약속 관리,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와 안심. 이 모든 것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을 것으로 보인다. 관찰과 돌봄이 줄어들 때 노인의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아버지의 섬망이 악화된 시점과 어머니의 입원 시기가 정확히 겹친다.

어머니가 최근 퇴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글쓴이의 안도감은 크지 않다. 어머니를 다시 돌봐야 하는 순간, 아버지도 동시에 악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퇴원 후 이제는 아버지 차례"라는 표현에는 간병이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절망이 담겨 있다. 부모 두 분을 동시에 보살펴야 하는 구조가 되면, 한 자녀는 어느 쪽도 완전히 챙길 수 없다.

글쓴이가 드러낸 심리 상태는 구체적인 것으로 보인다. 전화가 울리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 평소부터 걱정이 많은 성향도 있겠지만, 근본은 다르다. 장기 간병 속에서 자녀가 느끼는 심리적 소진은 숫자로 측정되지 않지만, 그것이 가장 실제적인 피로다. 매일을 여러 알에 짓눌려 사는 듯한 심정, 다음 순간이 무엇일지 알 수 없는 불안감. 이것이 버텨내야 할 현실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하시네요. 어머니 퇴원하셔서 집에 돌아오셨는데....이제는 아버지 차례네요. 전화가 울리는 걸 두려워합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