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식탁에서의 선언이 이 이야기의 모든 것을 바꿔 놨다.

동생이 결혼할 생각이 없다, 지금 일과 혼자 살아가는 방식이 좋다고 가족 앞에서 말했을 때, 엄마의 첫 반응은 침묵이었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한참을 말이 없었다는 그 침묵. 그 뒤로 엄마는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 왔다. 언니(글 쓴이)를 통해 동생을 말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서른 넘으면 큰일 난다. 늙어서 혼자 아프면 누가 봐주냐. 넌 그때 엄마 말 듣고 결혼해서 지금 잘 살지 않냐."

이 말이 모든 걸 흔들었다. 엄마가 동생에게 묻는 질문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도 던져진 질문이었다. 정말로 자신은 엄마 말을 따라 결혼해서 지금 잘살고 있는가. 그 확신이 없었다.

서른이 되던 해, 만나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서 마음이 명확하지 않았다. 엄마가 계속 울었다. 서른을 넘으면 아무도 안 데려간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날짜를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확신이 아닌, 나이라는 압박에 굴복한 것이었다.

결혼 생활이 나쁜 건 아니었다. 남편은 착하고 큰 싸움도 없었다. 하지만 저녁 혼자가 된 시간, 설거지를 하다 보면 계속 묻게 된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한 것인가, 아니면 엄마가 원한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두렵다.

회사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의 지방 발령을 따라가며 경력 전부를 내려놨다. 엄마는 그것도 잘한 일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은 혼자 자격증 공부를 한다. 시험 접수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것도 미래의 물음 앞에서는 의미가 흐려진다. 아이가 생기면 못 쓸 것이라는 엄마의 말처럼. 그래서 시험에 응시한다는 사실을 남편과 엄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동생의 삶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회사에서 팀장 직책을 얻었고, 자기 이름으로 작은 아파트도 샀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운동을 한다. 부러움이 자주 일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엄마 앞에서는 드러낼 수 없었다.

며칠 뒤 엄마가 동생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언니인 자신의 말이라면 들을 거라고.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가 내려놨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혼하라고 말하면 거짓이 될 것 같고, 결혼하지 말라고 말하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 선택지는 없었다.

버스 안에서 동생의 메시지가 왔다. 엄마 때문에 힘들 거 같아서 자신이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동생이 미안해한다는 그 말에 눈물이 났다. 동생은 미안할 게 하나도 없었다.

남편은 친정이 어땠냐고 물었다. 피곤했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이 자신을 가장 피곤하게 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남편이 무슨 잘못을 했겠는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 질문이 가장 무거웠다.

언젠가는 동생을 마주 보고 말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도 된다는 말을. 누군가의 기대나 압박 대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어도 괜찮다는 걸. 하지만 아직 그 말을 건넬 수 없었다.


📌 원문 발췌

너도 그때 엄마 말 듣고 결혼해서 지금 잘 살지 않냐. 저는 사실 결혼할 마음이 확실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서른 넘으면 아무도 안 데려간다고 매일 우셔서 그냥 날짜를 잡았어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