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서로 자산을 공개했을 때, 숫자 앞에서 모든 감정이 얼어붙는 순간이 있을까.
한 예비신부의 사연인 것으로 보인다. 내년 봄 결혼식을 예약해두고 식장까지 잡은 상태였다. 둘 다 늦게 만난 만큼 서두르기로 했고,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금전적 자산을 주고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까지만 해도 평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충격은 구체적인 숫자에서 비롯됐다. 예비신부는 직장생활 십여 년간 모아온 예금과 청약으로 약 1억 2천만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예비신랑은 2,300만 원. 거기에 학자금 대출 700만 원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명을 듣기 시작했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예비신랑은 자동차를 여러 번 바꿨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여행도 제법 다녔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동생의 결혼식에 천만 원을 지원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인의 결혼 자금이 이천 정도인데, 그중 절반 규모를 형이라는 이유로 동생에게 건넸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더 놀라운 건 그 선택에 대한 인식이었다. 예비신랑은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으로서의 책임이라는 뉘앙스였다. 그 순간의 공기가 얼마나 무거웠을지는 그 다음 행동에서 드러난다.
예비신부는 혼자만의 계산기를 꺼내게 됐다.
집은 자신의 자금으로 전세를 얻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혼수품도 본인 통장에서 주로 나갈 테고. 시어머니가 될 분은 이미 은퇴하셨으니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 같았다. 숫자를 그려보면 그려볼수록, 지금의 불균형은 결혼 이후 가중될 게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신부가 제시한 조건은 세 가지였다.
첫째, 결혼 전에 각자 모은 돈은 각자 것이라는 각서. 둘째, 생활비는 반반씩 나누고 집 명의는 단독명의로. 셋째, 예비신랑의 월급에서 매달 백만 원씩을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받아 지금까지의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혀가기.
합리적일 수도 있고, 냉정해 보일 수도 있는 조건들이었다.
하지만 예비신랑의 반응이 모든 걸 말해줬다. "우리 결혼하는 게 맞죠?"라고 되물었고, 그런 약속 자체를 "계약이냐"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말 이후 연락이 뜸해졌다. 예비신부에게는 카톡 두 줄, 대신 시어머니가 될 분에게는 따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렇게 하면 결혼 못 한다"는 경고도 있었다. 하지만 예비신부의 판단은 달랐다. "결혼 못 하는 것이 결혼해서 손해 보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이 조건이 정말 무리한 요구였을까.
핵심은 금액 차이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차이가 생긴 과정과 상대방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하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예비신부는 열세 살 때부터 용돈을 모아 통장을 만들 만큼 금전에 신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적금 만기일을 셌다. 십여 년의 누적이 1억 2천만 원이었다.
반면 예비신랑은 결혼 자금의 절반을 동생 지원에 쓰면서도 당연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나이, 같은 시간을 살아왔을 때 돈을 보는 관점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결혼 직전에 드러났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으로 보인다.
각서, 명의, 강제저축이 '계약'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전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리스크는 단순한 의심이 아니었다. 이미 드러난 금전 감각의 차이와 상대방의 무의식적 인식이 배경에 있었다.
"저도 계산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라는 말에서의 자조감은 얼마나 아팠을까. 사실 예비신부가 한 일은 계산이 아니라 자기보호였다. 지난 십여 년 절약으로 만든 것을 당연스레 포기할 수 없다는 것, 그건 계산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 가깝다.
식장 날짜는 계속 다가오고, 예비신부는 여전히 갈등 속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도 있고, 그 대가를 감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이 갈등이 결혼의 연기를 의미할 수도, 두 사람이 금전에 대해 제대로 대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계산적'이 아니라는 점일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동생 결혼때 보내준게 천만원이래요 자기 결혼할 돈은 이천인데. 그걸 형으로서 당연한거라고 웃으면서 말하더라고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