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다니며 영상을 찍는 입장에서 인스타360 마이크나 DJI 무선 마이크들은 정말 편한 것으로 전해진다. 캡슐만 옷에 붙이고 리시버를 카메라에 물리면 끝. 따로 붐폴을 들 필요도 없고, 움직임도 자유롭다. 그렇게 무선 마이크 중심으로 살다가 작년 12월, 발로 차버린 마이크가 있다. ***의 그 유명한 샷건 마이크. 33만원을 주고 샀지만, 산 그 날부터 책상 구석에서 먼지만 쌓였다.

왜 안 썼나 싶으면, 아마도 이미 손에 익은 물건이 있을 때 새로운 장비의 장점을 직접 써보기 전에는 못 느낀다는 게 이유일 거다. 붐폴을 들고 다니며 세팅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선뜻 바꿀 생각이 안 났고, 무선 마이크로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으니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낀 것.

그런데 오늘. 한 번만 꺼내보자는 심정으로 잡아들었고, 첫 번째 영상을 올렸을 때 놀란 게 다였다.

촬영 환경이 최악이었다. 건물 외창이 활짝 열려 있었고, 주변으로 사이렌이 지나가고 오토바이들이 왔다갔다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인이 귀로 들으면 이 모든 게 녹음에 들어갈 거라 생각한다. 근데 결과물을 보니 현장은 시끄럽지만 영상의 음성은 깔끔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치 방음실에서 찍은 듯한 수준.

무선 소형 마이크와 유선 샷건 마이크의 차이를 이제야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설계상 무선 마이크는 360도 방향에서 들어오는 모든 소리를 수용한다. 캡슐이 지극히 작으니 어떤 방향에서 들어오는 음파든 다 받는다는 뜻인데, 그러다 보니 주변 소음도 함께 녹음된다. 물론 신호 잡음비가 좋아진 요즘 제품들은 어느 정도 노이즈 게이트를 처리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특히 저주파 소음(자동차, 건설음, 사이렌)은 물리적으로 걸러내기 어렵다.

반면 샷건 마이크는 처음부터 설계 방식이 다르다. 길쭉한 파이프 구조로 전면 지향성을 극도로 높였다. 정면에서 오는 음파는 증폭되고, 측면과 후면의 소리는 물리적으로 상쇄된다. 이를 위상 간섭 원리라고도 하는데, 녹음 기술의 가장 근본적인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영상, 환경 다큐, 거리 인터뷰 같은 잡음 많은 현장에서 샷건 마이크가 여전히 표준인 이유가 바로 이것.

그럼 왜 다들 무선 마이크로 넘어가려 할까. 답은 간단하다. 편함이 최고의 기술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붐폴을 들 필요가 없고, 움직임이 자유롭고, 세팅이 단순하다. 소음이 적당 수준 이하라면 무선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일단 지향성 기술을 맛보면 그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은 또 다른 문제다. 구매 당시 33만원대였던 제품이 지금은 50만원에 가깝다고 한다. 반도체도 아닌데 웬 가격 인상일까. 공급 부족이거나 환율 변동이거나, 아니면 단순히 수요가 늘었거나. 아무튼 지금 사려고 하면 꽤 아팠을 금액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느끼는 후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진작 쓸 껄', 다른 하나는 '그때 사서 잘한 것으로 전해진다'는 것.


📌 원문 발췌

사이렌 소리 오도방 소리 이런 거 분명 소리 딸 데 귀로는 들렸는데 영상에선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어가있네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