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열풍이 한창이던 2017년 무렵, 한두 달 정도 FPS에 손을 대봤던 기억이 있다. 새로움이 신기했고, 경쟁의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 이후로 거의 8년을 FPS와는 완전히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 게임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FPS 장르는 거리 두고 있었던 셈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다가 최근에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모던워페어4를 설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충동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토요일 날씨가 좋지 않아 집에서 시간을 보낼 것 같으니 게임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설치한 첫날부터 캠페인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30분, 1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나눠 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토요일부터 현재까지 누적 플레이 시간은 3시간을 조금 넘긴 정도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8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직접 플레이해보니 한때 경험했던 감각들이 완전히 흐릿해진 상태라는 걸 깨닫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에임인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에임이 없다는 게 맞다. 8년 만에 손잡는 FPS라 조준 감각이 완전히 초기화된 상태였다. 화면 속 적을 마크해도 조준이 자꾸 어긋난다. 처음엔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몇 판을 플레이해보니 현실을 마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괜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게임을 쉬운 난이도로 설정해서 즐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취미 활동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즐기는 게 기본이니까.
그런데 쉬움 모드를 선택했어도 미션 실패가 자주 일어난다. 난이도를 최하로 낮춰놓고 진행해도 마크를 맞히지 못해 미션을 실패하는 일이 반복된다. 좌우 조준 감각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두 번 떨어지고 나니 처음엔 좌절감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게임을 킨다. 아마 그 과정 자체도 게임의 재미의 일부인 걸까. 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이 자체가 경험이 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스팀이나 에픽게임즈에서 게임을 사두고 정말로 플레이한 건 5~6개 정도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정말로 끝까지 본 게임은 딱 하나다. 마블의 미드나잇 선즈였다. 나머지는 처음 몇 시간 플레이하고 묵혀 있는 상태다. 스팀 라이브러리에 고이 모셔진 채 먼지만 쌓여가는 게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아마 여러 가지일 텐데, 게임 자체가 재미없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게임을 끝내는 것 자체에 대한 집중력이나 로열티가 없었던 탓도 크다. 현대의 캐주얼 게이머들이 흔히 겪는 '게임 적체'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던워페어4는 다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쉬움 모드에서 떨어지고 다시 하고, 또 떨어지고 다시 하길 반복하면서도 게임을 꺼내지 않는 이유는, 아마 이번엔 엔딩을 봐야 한다는 작은 집념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5년 이상 게임 가뭄에 빠져 있던 사람이 다시 FPS를 집어 들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변화다. 화면 속 요원을 조종해 임무를 완수하고, 마지막 씬을 봐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목표다.
📌 원문 발췌
최근 몇 년간 스팀이나 에픽에서 게임 구매한건 5~6개 정도 되지만 엔딩 본 게임이 딱 하나 마블 미드나잇선즈 밖에 없었거든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