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력만으로도 세상을 온몸으로 읽어낸 어머니. 지금 83세인 그분은 예전에 정치인 ***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딸인 내가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꺼내면 얼굴이 붉어지고는 "저 사람이 뭐가 문제냐"며 화를 내셨던 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 강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어떻게 변했는가. 지금은 어머니가 스스로 "뭔가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말씀하신다. 그 변화가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히 지지 대상을 바꾼 게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판단을 과감히 되돌아보는 능력, 한 번 정한 신념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학력이 높지 않다는 게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는 강점으로 작동한 셈이었다.

어제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을 때의 일인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그 정치인의 현 상태에 대해 얘기가 나왔고, 어머니가 진단을 내리셨다. 자신의 옛 기억에만 갇혀 있어서 시대의 변화를 못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어떤 정치 평론보다 간결하고 깊이 있는 관찰처럼 들렸다. 학력 있는 사람들이 놓치는 핵심이 한 문장에 응축되어 있었다.

더 놀라웠던 건 그 영화와 배우들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이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배우들에 대한 불매 운동이나 압박이 있다는 얘기를 했을 때, 어머니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걱정하셨다. "저 배우들이 이 나라에서 다시 영화를 찍을 수나 있을까" 하면서 그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우려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는 연기와 현실의 정치를 구별하지 못하고, 대중문화를 정치적 무기로 삼으려는 사람들을 "시대를 거꾸로 가는 인간들"이라고 표현하셨다. 영화는 영화로, 배우는 배우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것이 드문 태도라고 생각한다. 현대에는 문화를 소비하되 정치 도구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관점은 또 다른 장면에서도 드러났다. 한두 해 전 국제 K팝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보여드렸을 때다. 어머니는 보고 난 후 "음악이 정제되어 있고 세련됐다"고 하셨다. 평생 트로트만 들어온 세대가 처음 제대로 접한 K팝에 "말로만 듣던 그 음악이 정말 이렇구나" 하며 감탄하셨다. 장르 간 우열을 따지지 않았다.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을 생각해본다. 고학력자일수록 자신의 지식과 판단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손과 눈으로 직접 배워온 사람은 관찰을 통해 계속 자신을 수정한다. 물론 나이가 많을수록 고착화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어머니처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나이와 학력이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자산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 사회는 정치를 연예인이나 문화예술 저격의 도구로 삼는 흐름이 점점 강해진다. 고정된 신념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그것이 맞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어머니의 모습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이 옳다"는 게 아니라, 유연성과 고착성의 차이가 진짜 문제라는 깨달음이었다.

글쓴이가 느낀 감사도 그것으로 보인다. 초등학력으로 살아온 사람이 보여준 세대적 관찰력은 고학력 커뮤니티에서 흔히 듣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력"이나 "나이"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대 읽기가 있다는 것. 어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원문 발췌

자신의 옛 기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해 되려 그게 시대를 못 따라가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셨다. 연기와 실제를 구별하지 못하고 이용해 쳐먹는 시대를 거꾸로 사는 인간들이라며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