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내 탓, 못되면 남 탓."

누구나 한 번쯤 이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고양 편향이라 부른다.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실패는 외부 환경 때문이라고 돌리는 방어기제인데, 흥미로운 점은 이 편향이 나이가 들수록 강해진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이런 단상을 남겼다. 어렸을 땐 왜 사람들이 남을 탓하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나이 들면서 에너지가 줄어드니 그 심리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고. 정확한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피로도가 높아질수록 뇌는 자동방어 모드에 빠진다. 자신을 진지하게 설득하기보다 누군가를 탓하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기 객관화는 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데 그 여유가 계속 줄어든다는 게 아이러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해보면 이 변화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초년엔 실수하면 자책했던 것 같은데, 스트레스가 쌓이면서부터는 "저건 시스템 문제였어" "저 사람 때문이었어"가 자동으로 솟아난다. 그렇게 되면 개선의 기회는 사라진다. 자신을 바꿀 수 없으니까.

여기서 더 무섭다. 바로 메타인지의 부재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하는 능력'을 뜻한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 혹시 내가 틀렸을 가능성은 없을까를 한 번 더 점검하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 한 게시글 작성자도 지적했지만, 이 능력이 없으면 AI에 대체될 확률이 높아진다. 루틴한 판단과 정당화만 반복되니까. 성장이 멈춘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등을 보면 이 문제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댓글들을 읽어보면 대부분 선한 의도로 시작한다. 누군가를 도우려고, 옳은 것을 말하려고. 근데 자꾸 싸움이 된다. 왜일까. 상대방도 자신의 주장이 정답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의문이 없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선한 의도'와 '나는 맞다'는 확신이 결합된다. 그건 더 이상 대화가 아니라 설득이 된다.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된다. 듣는 쪽은 거부한다. 마음이 닫힌다. 대화는 싸움이 된다.

한 문장이 전부를 바꿀 수 있다.

"나도 틀릴 수 있다."

이 말이 글 앞에 붙으면 어떻게 될까. 댓글도 완전히 달라진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겸손함이 묻어난다. 자신감 있게 정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한계를 인정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게 훨씬 건강한 대화다. 그래야 상대도 귀를 연다. 받아들일 가능성이 생긴다.

취중 단상이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 자체가 메타인지다. 그런 사람의 의견이 대체되지 않는다.


📌 원문 발췌

에너지 레벨이 줄어드는 나이가 되다보니 해당 사고가 이해가 가더군요. 그래도 롱런하려면 메타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