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된 결혼 부부가 있다. 30대 초반, 둘 다 직장을 다닌다. 처음부터 모든 조건을 철저히 맞춰놨다. 집 구매는 반반, 월 생활비는 각자 수입 비율에 맞춰 내고, 명절 때 부모님 뵙는 비용도 양쪽을 각각 챙기는 방식으로.

당시엔 이렇게 하는 게 가장 공평하고 깔끔하다고 정말 믿었다. 결혼 전부터 규칙을 정해두면, 나중에 '누가 더 손해 봤다'는 싸움이 안 생길 거라는 생각이었다. 요즘 부부들이라면 당연하다고 여길 법한, 그런 태도였다.

실제로 처음 몇 년은 그런 방식이 꽤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다. 큰 갈등이 터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어떤 박탈감이 생겼다고 한다. 모든 걸 정산했는데 남는 게 정산표뿐이라는 회의감.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

가장 먼저 사라진 건 즉흥적인 배려였다. 뭘 해도 '이건 니 몫, 저건 내 몫' 따지게 되었다. 남편이 집 청소를 하려다가도, 일단 '이게 내 책임인가?'를 떠올린다. 아내가 남편 회사 일로 힘들어하는 걸 봤을 때도, 바로 도와주기보다 '그건 너의 일인데?'라는 생각이 스친다. 함께 산다는 느낌보다 '각자의 책임을 진다'는 느낌이 자꾸만 먼저다.

가장 답답했던 순간은 아이 계획이 나올 때였다. 아기를 낳으려니 양육비부터 계산해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저귀는 누가 사고, 검진비는 누가 내고, 어린이집 비용은 어떻게 나누기로. 이렇게 쪼갠 다음에 '누가 얼마씩'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랑해서 함께하기로 한 아이인데, 이미 태어나기도 전에 경제 항목이 되어버렸다.

글쓴이는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엔 공평하다고 생각했던 방식이, 5년을 거치면서 모든 걸 냉정하게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감정의 여지가 점점 사라지는 걸 느낀다고.

[에디터의 정리] 이 부부의 고민은 사실 요즘 결혼의 흔한 풍경인 것으로 보인다. 양쪽이 모두 경제활동을 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책임져야 할 몫이 있는 시대다. 그래서 공평한 분담은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이런 방식은 누가 더 손해 본다는 원망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다. 모든 것을 거래처럼 계산하다 보면, 그 사이사이에 있던 작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계획되지 않은 배려, 손해를 감수하고 싶은 마음, 상대를 위해 한 번 더 하고픈 순간 같은 것들인 것으로 보인다. 감정의 여지가 점점 줄어든다.

결혼은 수학식이 아니다. 분명 실리가 중요하지만, 감정 없이는 결국 차갑다. 공평함의 대가가 친밀감의 상실이라면, 그건 좋은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의 경험이 그걸 보여주는 것 같다.


📌 원문 발췌

집은 반반 생활비는 수입 비율대로 명절 비용도 각자 부모 몫 그때는 이게 제일 공평하고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뭘 해도 이건 니 몫 저건 내 몫 따지게 되고 사랑해서 한 결혼인데 남는 게 정산표뿐인 게 요즘 좀 회의감이 들어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