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인 것으로 보인다.

새벽 두 시. 임신한 아내가 수박바가 먹고 싶다며 남편을 깨웠다. 아내도 자신의 욕구가 어디서 비롯된 건지 모를 정도로 갑작스러웠을 것 같다. 임신 중에는 그런 일이 잦다. 특정한 맛, 특정한 식감이 갑자기 필요해지는 그런 욕망 말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이 일어났다.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는 상태에서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알았어. 가서 사올게." 아내는 "수박바만 하나 사와"라고 덧붙였다. 간단한 당부였다. 한두 개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을 테다.

그런데 남편이 돌아왔을 때 손에 든 건 비닐봉지였다. 그 안엔 수박바 3개, 스크류바 2개, 비비빅을 포함해 총 10개의 아이스크림과 냉동 간식이 들어 있었다. 아내는 순간 황당함을 느꼈을 거다.

자신이 부탁한 건 '1개'인데, 왜 10개를 사왔을까. 글을 올린 이 임신부는 "지금 개기는 거 맞지"라고 표현했고, "개빡친다"며 남편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바로 뒤에 붙인 "ㅋㅋ"는 이미 그 상황이 웃음으로 넘어가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화도 났지만, 동시에 그 광경이 우습기도 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으로는 남편이 한 실수처럼 보인다. 아내의 지시를 무시한 과잉 충성. 아내가 명확하게 "1개"라고 했는데 왜 10개를 사왔을까. 그런데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임신 중의 야식 욕구는 특별하다. 호르몬 변화로 일어나는 거라 본인도, 남편도 예측이 어렵다. 새벽에 "수박바가 먹고 싶어"라고 했던 아내도, 남편이 가는 동안 "아니 스크류바는 어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게 임신부의 심리 상태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처음 선택으로 만족하겠지만, 한 번은 "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후회할 수도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혹시 남편이 그런 걸 계산했을까. 일단 선택지를 많이 가져가면, 임신한 아내가 순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나름의 판단 말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10개는 솔직히 좀 많긴 하다. 하지만 남편의 의도가 완전히 엉뚱한 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가 웃으면서 호출한 건 바로 이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이 의도한 건 배려였을 텐데, 그 방식이 워낙 과장되어서 통째로 황당함이 생긴 거다. 그래서 동시에 웃길 수 있었다. 남편이 잘못한 게 아니라, 다만 진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좀 크다는 걸 아내도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결국 이건 "남편이 오바했나?"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오바 속에도 임신 중인 아내를 챙기려던 마음이 있었을 거다"는 답이 될 것 같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서 아무 불평 없이 나가는 남편,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0개를 사오는 남편. 그 사이 어딘가에 애정이 있다.


📌 원문 발췌

하나만 사오라했는데 10개사온게 개빡친다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