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새 대표가 발표한 추도문이 어휘 선택 때문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가 문제가 된 표현들을 언어 감수성 관점에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쓴이가 꼬집은 핵심은 '병풍'과 '표표히'라는 두 단어였다. 언뜻 보면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현대 한국어에서 이 단어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생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게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병풍'이라는 단어의 시간 간극

'병풍'은 원래 "든든한 울타리", "어려운 이들의 버팀목"이라는 보호적·지지적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었던 단어다. 하지만 현재의 일상 언어에서는 전혀 다르게 통용되고 있다. 지금은 "뒤에 서 있는 들러리", "존재감 없이 배경만 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용례가 압도적으로 일반화됐다.

글쓴이가 지적한 것은 이 변화다. 과거의 의미를 알고 있는 작성자가 애초에 긍정적 뉘앙스를 담아 썼을 수 있지만, 현재 이 단어를 읽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공인의 공식 애도문에서 "병풍"이라고 하면, 작성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독자의 첫 인상은 부정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적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격식 있는 추모라는 본래 목적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표표히'의 어감 불일치

'표표히'라는 부사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문제로 꼬집혔다. 이 말은 "홀가분하고 거침없이 떠난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글쓴이는 이런 가벼운 어감이 갑작스러운 별세를 애도하는 문맥에서는 어색하다고 봤다.

추도문에서 기대되는 톤은 숙연함·경건함·존중이어야 한다. 그런데 '표표히'는 그 반대 방향의 감정—긍정적이면서도 가벼운 뉘앙스—을 함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맥과 톤이 맞지 않는 위화감이 생긴다. 작성자가 좋은 의도를 담았더라도, 독자 입장에서는 그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의도와 수신의 간극

흥미로운 부분은 작성자의 의도와 독자의 해석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으로 보인다. 추도문의 작성자는 '병풍'을 "약해 보이는 존재를 감싸주는 든든한 것"이라는 의미로 쓰려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처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재 쓰이는 부정적 의미를 먼저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비슷하게, '표표히'라는 표현도 "깔끔하게 떠난다"는 중립적 표현이라고 이해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일반 독자는 이 단어의 "가볍고 홀가분하다"는 뉘앙스만 받아들인다. 그 결과 추모라는 맥락과 맞지 않는 어색함이 남는다.

공인의 공식 문서에서 어휘 감수성이 중요한 이유

이 사건은 단순한 언어 지적을 넘어, 공인 문서 작성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정치인이 대표 자격으로 발표하는 공식 성명, 특히 추도문이나 애도의 말 같은 의례적 글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요구된다. 첫째는 감정 표현의 진정성이고, 둘째는 어휘 선택의 정확성인 것으로 보인다.

"마음을 담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마음이 정확한 단어로 수신자에게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이 아닌 정당을 대표해 발표하는 문서라면, 발표 전에 이런 어휘 감수성을 체크하는 검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단어의 의미와 함의는 변한다. 작성자가 몇 년 전의 용례나 옛 의미를 바탕으로 단어를 택했더라도, 지금 그 단어가 대중에게 어떻게 읽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시점의 일반적 용례와 맥락의 적절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공식 문서 작성의 기본이라는 지적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병풍'이라고 하면 요즘에는 뒤에 서 있는 들러리, 존재감 없이 배경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이는데. 표표히는 홀가분하고 거침없이 떠나는 모습이라는 뉘앙스가 있어서 갑작스러운 별세에 대한 추모문에서는 낯선데요.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