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손가락이 떨렸다. 국회 로비 어딘가에서 투표도장을 들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투표지를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도장이 정확하게 찍히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이 손을 자꾸 덜덜 떨리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손끝의 떨림만이 온 세계였다. 이 한 표가 무언가를 바꿀 거라는 믿음과 그 믿음이 흔들릴까 봐 하는 공포가 동시에 밀려왔다. 한 시민으로서 국회까지 달려가게 만든 그 절실함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뉴스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가 귓가를 때렸다. "그래서, 검사 수사금지 조항은 없는 거잖아요?" 그 질문을 들었을 때 뭔가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투표도장으로 새겨 넣던 희망이 제도의 그 어딘가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자신이 밤새 달려가 한 행동이 절차 어딘가에서 마치 없었던 일처럼 처리되는 건 아닐까 하는 무력감이 밀려왔다.

글쓴이는 한 가지를 계속 떠올린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인 것으로 보인다. "권한과 권력의 차이." 그때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지금처럼 간절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현실을 마주하며 그 말이 얼마나 심오한 경고였는지 깨닫게 된다. 제도가 있어도 그것을 움직이는 실제 힘이 다르다는 의미. 투표도장이 있어도 그것이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무서운 깨달음. 저항의 당위성과 그 저항이 반영되는 현실 사이의 깊은 골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피부로 느낀다.

그리고 더욱 무거운 것이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당사자가 말한 것은 글마저 또 삭제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것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말하는 행위 자체가 검열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담겨 있다. 밤새 달려가 투표한 행동이 제도에 반영되지 않는 것도 슬픔이지만, 그 슬픔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까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배가 된 무력감을 만든다. 저항의 행동 자체뿐 아니라, 그 경험을 기록하고 나누는 것까지 길이 막힐 수 있다는 두려움. 이것이 이중의 좌절을 만들고 있다.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가 한 밤 사이에 경험한 것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몸으로 행동했지만, 그 행동이 제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져 버리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을 증언하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이 두 가지가 겹쳐 어떤 종류의 완전한 무력감이 된다. 투표도장을 든 손의 떨림이 이제는 다른 의미의 떨림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원문 발췌

"그래서, 검사 수사금지 조항은 없는 거잖아요?" "나는 당신이 말한 권한과 권력의 차이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