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아빠는 핸드폰을 모두 없애고 사라졌다. 사채빚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 당시엔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남은 건 하나의 카톡 계정뿐이었다. 그리고 당시 대학생이던 동생의 국가장학금 신청이라는 현실. 부모 인증이 필수였는데 아빠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아빠의 실종신고를 해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류 하나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를 그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경찰은 움직였다. 실종신고 몇 개월 후 연락이 왔다. 아빠의 카드 사용 기록 같은 경제활동이 감지됐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아빠를 찾아 "딸이 찾고 있으니 연락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빠는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의 가정사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고.
그 순간부터 법은 손을 놓았다. 성인이 자발적으로 가출한 경우, 경찰도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설명이었다. 아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는 요청도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은 정당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무력한 한계인지는 그때부터 뼈저리게 느껴졌다.
더 복잡한 건 다른 층의 문제였다. 엄마는 아빠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동생도 마찬가지다. 이 진실을 말했을 때 둘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니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었다. 배우자가 연락 두절 상태여도 법상 혼인관계는 유지된다. 이혼을 진행하려면 배우자를 특정해야 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과 법적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 수 있는지 명확한 답이 없었다. 재산 같은 건 남아있을 리 없었지만, 그 불명확함이 가족 전체를 먹구름처럼 덮었다.
그래서 침묵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6년을 침묵한 것으로 전해진다. 누군가 아빠 얘기를 꺼내면 "그냥 이혼했다고" 혹은 "절연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친이 물어봤을 때도, 가출이라는 말은 끝내 꺼낼 수 없었다. 이 침묵은 무책임이 아니었다. 엄마와 동생을 지키려는 선택이었다. 명백한 외로움 속에서 해낸 것이었다.
그렇게 6년이 흘렀다.
오늘, 카톡 프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습관처럼. 그리고 손가락이 멈췄다. 프사가 바뀌어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뮤지컬을 보고 그 순간을 인생네컷으로 담은 사진. 몇 년만에 본 아빠의 얼굴. 손이 떨렸다. 눈물이 흘렀다. 당장 욕을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차단당할 게 뻔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일부는 이 사진을 캡쳐해서 위자료 소송까지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이 또 다른 해코지를 당할까 봐 무서웠다. 그 모든 선택지가 다 무겁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이 사진을 대문처럼 내걸어 두는 아빠의 모습 자체가—6년 침묵으로 지켜내려 했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 같다는 게 가장 화난다. 가장 절망적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성인 단순가출은 그럴 수가 없다고 해서 그렇게 끝났습니다. 몇년만에 본 아빠 얼굴이 여자친구와 뮤지컬을 보고 찍은 인생네컷 사진이었을 때 손이 떨렸습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