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이 평일이었다. 남자친구의 퇴근도 늦었고 도로도 밀려 있었다. 결국 여자친구 집 근처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는 것으로 첫 번째 생일 기념은 마무리되었다. 특별한 날인데 오래 있지도 못한 아쉬움만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남자친구는 다음 주 주말에 외박을 하면서 좀 더 오래 함께 있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약속한 주말이 되었다. 만나서 선물을 준 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여자친구가 "어디 가?"라고 물었을 때, 그 답이 모든 걸 바꿨다. "집에서 놀자. 집데이트 하자"는 한마디였다. 순간 여자친구의 표정이 굳어졌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 후로 진행된 것은 밥과 넷플릭스뿐이었다. 저녁이 되자 여자친구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이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 수도 있다. 평소에도 둘 다 더위를 싫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름철에는 대부분 실내에서 시간을 보냈다. 편하게 집에 있으면서 음식을 시켜 먹고 영상을 보는 방식이 기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패턴이 생일 주말에도 자동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 생일 주말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날이니 평소와는 다를 거라고 예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기대와 현실 사이의 거리가 갈등의 씨앗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자친구가 소극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그는 명품 지갑을 선물로 준비했고, 저녁에는 양식당에 가려고 했다고 한다. 충분한 계획이 있었던 셈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데이트"라는 한마디가 그 모든 계획을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여자친구의 입장에서는 집에 도착하는 순간 이 사람이 생일에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만 보려는 거라고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는 선물도 있고 저녁 약속도 있었지만, 첫 인상이 모든 후속 계획을 덮어버렸던 것으로 보인다.

여자친구가 화난 이유는 순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돈 때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돈을 얼마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연인이라면 기념일에는 상대를 생각하는 성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고. 첫 연애라는 이유로 남자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상대의 진심을 '그럼 이해해 줄 수 있겠네' 하고 받아넘기는 것과 실제로 '나를 생각하는 배려'를 느끼는 것은 다른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연락이 뜨끈미지근해졌다. 힘들다는 신호가 나왔다.

남자친구는 결국 사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가 정말 몰랐다"고 했고, 11월에 일본 료칸으로 여행을 가자고, 미리 예약까지 해 놓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의 있는 대응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반응은 간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나간 거 됐다"고 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건 용서를 넘어선 체념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처가 남은 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연이 보여 주는 건 무엇일까. 연애 경험의 길고 짧음과 무관하게 기념일을 보내는 방식에 대한 기대치는 사전에 맞춰져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겨울에 가려던 여행을 봄에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도, 그 '진심'을 지금 이 순간에 전달하지 못하면 소용없을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의 기대를 먼저 물어보지 않고 내 기준으로만 행동할 때, '배려'는 순식간에 '무시'로 읽히게 되는 법인 것으로 보인다. 성의와 배려는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현재의 작은 소통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 원문 발췌

"집에서 놀자. 집데이트 하자"고 했는데, 그때부터 표정이 안 좋아지고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습니다. 돈을 얼마 쓰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연인 사이에는 그래도 서로를 생각하는 성의라는 게 있는 거 아니냐고 하네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