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깨달은 게 있다. 시간이라는 게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게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빨라진다는 것. 50대에 접어들자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이 모두 '어제처럼' 느껴진다. 정말 깜짝 놀랄 일인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을 되짚어보면, 그때 내 머릿속의 '과거'는 정말 따로였다. 6·25 전쟁이나 일제시대 같은 건 거의 신화처럼 느껴졌다. 검은 흰색 사진들에 나오는 사람들, 그들이 걷던 거리, 그들이 겪던 일들이 정말로 내 발 딛고 사는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이야기처럼만 들렸던 것. 교사도, 부모도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했지만, 그건 일종의 지식 과제일 뿐, 나와는 무관한 다른 세계의 사건들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자기 나이를 찬찬히 계산해보면 정말 이상하다. 6·25 전쟁이 끝난 해가 1953년이고, 내가 태어난 게 1971년이라면, 전쟁 종료와 내 탄생 사이는 불과 18년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한 대 사고 쓰는 정도의 시간인 것으로 보인다. 이건 숫자로만 알 때는 그냥 역사 시간에 나올 법한 사실이었는데, 중년이 되어 직접 반인생을 살아보니 얼마나 가까운 시간인지 비로소 와닿는다. 더 충격적인 건,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 단 20몇 년만 해도 일제시대였다는 거다. 광복이 1945년이니까, 내 탄생과 일제시대 종료 사이도 별 시간이 아닌 셈. 내가 여기 있기 전에 이미 그 시대는 끝났지만, 그 '이미 끝난 시간'이 내 생애와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이걸 생각하다 보면, 인간이 '과거'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해진다. 실제로는 객관적인 연도의 차이일 텐데, 우리가 느끼는 거리감은 그게 아니다. 자신이 살아온 세월의 밀도, 즉 연대기적 시간보다는 체험적 시간에 더 의존하는 게 아닐까. 초등학교 6년이라는 게 당시엔 영원처럼 느껴졌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시간이 자꾸만 빨라지더니, 지금은 한 해가 뭔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같은 '10년'도 시기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30년 전이 '어제 같다'는 건 사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인생의 50%를 이미 살아낸 사람 입장에서, 남은 인생의 60%에 해당하는 시간이 과거와 비교하면 그리 멀지 않은 거다. 비율이 달라지면서, 객관적으로는 같은 30년도 심리적으로는 '어제' 수준의 거리가 되어버린 것.
그렇게 되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20대, 30대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초등학교 때 나를 봤던 어른들처럼, 그들도 나를 '역사책에 나올 법한 옛날 사람'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그들의 시간대에선 내가 이미 '여러 세대 전'의 인물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 원문 발췌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니까 10년 ~ 30년 전의 시간은 엊그제 같아요. 6.25전쟁이 끝나고 고작 18년 후에 제가 태어났고, 초딩때는 일제시대가 아득한 옛날로만 느껴졌었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