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서유럽으로의 이민은 '성공의 증거'로 자주 소비돼 온다. 안정적인 일자리, 줄어든 업무 강도, 개인 시간의 보장. 이런 요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라 왔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삶을 부러워해 왔다. 그중 한 이민자는 지난 9년간 정확히 그렇게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워라벨을 철저히 지키며,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나 정도면 충분히 잘사는 거 아닌가"라는 자족감도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에 잠시 들어와 오랜만에 주변 사람들을 만났을 때, 뭔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기 인생이 망했다고, 계속 불안해하면서 악착같이 일해왔던 친구들이 이미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목표들을 대부분 이뤘던 것처럼 보인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 격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의 차이였던 셈인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한 명은 주재원으로 파견 가 있으면서 주 7일을 일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친구는 늘 "일이 싫다", "미래가 불안하다"며 우울해하던 사람인데, 실제로는 상당한 금액을 자산으로 모아뒀다고 전해진다. 이런 식의 사례가 여러 개 있었다. 우울함과 불안 속에서 움직였던 그들이, 반면 글쓴이는 "나 정도면 괜찮다"고 자족해하며 지낸 9년 동안 무엇을 했나. 그 질문이 자꾸만 떠올랐다고 한다.
글쓴이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자신도 과거에 불안감을 느낄 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컸을 때 오히려 더 큰 성취를 이뤄냈다는 것인데, 말하자면 불안이 성장의 연료가 됐던 시기가 있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안정 속에서 만족하며 지낸 9년이, 아예 성장 자체를 멈춰버린 건 아닐까. 이런 질문은 단순한 개인의 회의를 넘어, 좀 더 광범위한 패턴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거주 중인 유럽과 미국을 비교했을 때 이 패턴이 더욱 선명해진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인들은 공무원처럼 편하고 안정적으로 일해왔는데,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은 악화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인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항상 불안정을 안고 살고 있지만, 개인의 자산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한다. 물론 유럽의 정치·경제 구조와 미국의 시스템이 다르긴 하지만, 글쓴이가 주목한 것은 그 구조보다는 인간 심리의 차이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불안감을 느낄 때 사람들은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무언가 해야 한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추동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그 에너지가 모여 결국 더 큰 성취로 이어진다는 논리인 셈인데, 반대로 안정 속에서는 어떻게 될까. 더 이상 무언가를 추구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휴식이 주어지고, 개인 시간이 보장된다. 그것도 분명 가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동기 자체를 잠재우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사례에서 던지는 질문으로 읽힌다.
한국 사회에서 '이민', '워라벨', '자유로운 삶' 같은 키워드는 오랫동안 선망의 대상으로 소비돼 왔다. 그런데 정작 그 삶을 사는 당사자가 "격차를 실감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토로하는 순간, 우리가 부러워하던 서사에 균열이 생긴다. 편안함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역설적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성공의 정의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 원문 발췌
워라벨을 지키며 하고싶은대로 살았는데, 불안감에 살던 친구들이 더 잘되어 있었어요. 맘이 불안할 때 더 큰 성취를 이뤄낸 것 같습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