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신'의 오데트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한 가지가 화제가 됐다. 그가 신은 신발의 형태였다. 발레리나가 신는 토슈즈(발가락으로만 서는 신발)가 아니라, 높은 굽이 있는 화려한 구두를 신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루리웹 댓글에서는 곧바로 "고증오류"라는 지적이 나왔다. 발레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발레에서는 무조건 토슈즈를 신어야 한다", "현실성이 없다"는 식의 반응들이었다.
그런데 발레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지적들이 사실은 역사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게 드러난다.
현대인들은 발레하면 토슈즈를 떠올린다. 발레리나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우아한 움직임, 그 모든 것이 토슈즈의 신발과 한 몸인 것처럼 인식한다. 그래서 댓글러들도 "발레는 토슈즈"라는 상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고증오류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상식이 발레라는 예술의 전체 역사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발레의 태생지는 15~16세기 이탈리아 궁정인 것으로 보인다. 귀족 자녀들이 배웠던 춤이었고, 특히 상류층 영애들의 신분 과시 수단이었다. 당시 발레의 미학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높은 굽에 화려한 장식이 달린 구두를 신는 것이 표준이었고, 이를 통해 신분과 부의 크기를 드러내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었다. 발가락으로만 서서 공중을 걷는 듯한 표현은 발레의 목표가 아니었다. 발레는 고급 사교장에서 귀족의 신분을 자랑하는 춤이었고, 신발은 그 신분을 한층 높이는 도구였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토슈즈라는 신발 형태가 등장한 것은 19세기였다. 정확히는 발레 낭만주의 시대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초연된 때 즈음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시대 발레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미학을 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아한 환상", "초현실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발레리나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정령처럼, 하늘을 걷듯이 보이게 하려면 신발도 그에 맞춰 진화해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토슈즈는 바로 이런 시대적 미학 변화가 요구한 기술적 혁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루리웹 댓글에서 '고증오류'라고 지적한 것은, 결국 발레의 현대적 표준만 알고 역사를 보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원신이 표현한 "굽 있는 구두"는 현대 발레 기준으로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발레가 가장 화려하고 귀족적이던 시대를 기준으로는 오히려 더 정확한 고증인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에서 '전문가'를 자처했던 이들의 집단 확신이, 사실은 발레라는 예술이 걸어온 역사의 절반을 외면한 셈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원래 발레엔 굽이 있는 화려한 구두신는게 원조였다. 오히려 토슈즈가 도입된건 백조의 호수가 나온 19세기였다.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