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입시와 학벌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의 수준은 점점 심해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싸움이 '누가 더 좋은 대학을 나왔느냐'와 '누가 입학시험을 더 쉽게 봤느냐' 같은 입구(entrance) 문제를 둘러싸고만 일어난다. 정작 문제의 핵심은 반대편에 숨어 있을 수 있다.
한 익명 커뮤니티 글쓴이가 제기한 아이디어는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린다. 입시 논쟁이 반복되는 근본 이유가 '졸업장이 실제 능력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만약 대학 졸업장이 "이 사람은 사회에서 필요한 기본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는 객관적 증명서로 기능한다면, 굳이 어느 학교 이름을 따질 필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현재 한국의 채용 현장을 들여다보면, 학위 자체가 신뢰를 주는 게 아니라 '그 학교의 이름'이 변별 기준이 되는 구조다. 대학의 명성이 곧 졸업장의 실질을 대신하는 악순환인 것으로 보인다. 이 속에서는 입시 난이도가 높을수록, 그 대학이 배타적일수록 학위의 시장 가치가 더 올라간다. 결국 문턱 싸움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졸업 후의 이득이 극도로 불균등하게 분배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제안하는 방법은 국가 단위의 표준화된 졸업시험 도입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 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추고, 모든 대학생이 졸업할 때 동일한 기준의 평가를 거친다면, 졸업장이 '최소 능력의 객관적 증명'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되면 입시의 문턱보다는 졸업의 기준이 인력 선발에서 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
고등학교까지 확대해서 보면, 수능 중심 체제 대신 졸업시험제로 전환된다면, 고졸자들이 사회에서 필요한 기본 역량을 갖춘 것으로 신뢰받을 수 있다고 글쓴이는 본다. 유급자가 생기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교육기관이 실질적인 인력 양성 역할을 더 충실히 하게 되고, 대학 진학을 당연시 여기는 풍조도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를 글쓴이도 명확히 안다. 교육 제도의 책임이 늘어나는 반면, 입시학원이나 사교육 시장에서 얻던 경제적 수익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누가 시험을 설계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은 무엇인지 같은 실제적 질문들도 남는다. 결국 이런 개혁이 이루어지려면 현 체제에서 이득을 보는 주체들이 감수할 비용이 충분해야 하는데, 그럴 동기를 찾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대학 학사교육의 결과를 일정 기준을 둔, 국가단위의 졸업시험을 실시하고 테스트해서 졸업장을 따게 한다면, "대학졸업 = 사회에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춤"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