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라는 영화가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는 건 숨김없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평점도 낮고 관객 수도 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평가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의 평가를 모아도 불호 의견이 대다수인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눈에 띄는 게 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글들이 유독 많이 올라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괴리는 단순한 취향 차이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대다수 관객이 싫어하는 영화임을 알면서도, 커뮤니티 게시판 면면에는 호평만 가득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첫 번째 이유는 의견 표현의 비대칭인 것으로 보인다. 호평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마찰 없이 자신의 감상을 글로 올린다.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걸 누가 막을 수 있는가. 신나는 마음으로 쓴 글에 대해 큰 역풍도 불지 않는다. 정반대쪽은 다르다. 만약 이 영화를 혹평하고 "이건 쓰레기다"라고 표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순간 '영화를 올바르게 감상하지 못한 사람',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우호적인 의견을 펼친 사람들로부터 '왜 남의 감상을 깎아내리는가'라는 역공을 받는다. 이런 분위기를 한두 번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비판적 의견을 쓸 때 더욱 신중해진다.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선택도 늘어난다는 게 해당 글에서 지적되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하나의 '취향 존중' 프레임이 만든 역설인 것으로 보인다. 모두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표면적 명분 아래, 실은 특정 입장(호평)만 자유롭게 표현되고 다른 입장(혹평)은 억눌리는 구조가 생긴다. 마치 합의된 분위기 속에서 다수가 침묵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모두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판적 목소리들이 그저 말해지지 않고 있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호프만의 사건이 아니라, 팬덤과 취향 공동체가 형성된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특정 영화, 드라마, 예술작품, 심지어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번 긍정적 평가가 우세해진 공간에서는, 그 흐름에 거스르는 목소리를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게시판의 여론이 곧 대중 평가라고 생각하면 착각하기 쉽다. 오프라인 극장을 나온 관객들의 평균적 반응은 훨씬 냉정하고 직설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게시판에 남겨진 기록은 그것의 축소된 표본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침묵한 사람들, 비판적이지만 말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온라인 공간에서 보이는 여론이 실제 관객 다수의 목소리일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재미있게 본 분들은 신나서 글을 쓰고 싶어하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역으로, 저처럼 극 불호인 사람들은 혹평을 썼다가는 '볼 줄 모르는 사람' 혹은 '감독의 의도를 모르는 사람'으로 매도 되거나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