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서를 펼치는 순간 생각도 못 한 쟁점이 튀어나왔다.
서류의 한 항목—'자(子)의 성·본 협의'를 둘러싼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출력한 양식을 보며 나눈 대화가 지금 이들을 갈라놓고 있다. 혼인신고서에는 실제로 이 항목이 있고, 부부가 합의하면 법적으로 자녀가 모계 성씨를 따르도록 선택할 수 있다.
평탄해 보이던 관계 속 이 선택지가 갑자기 가파른 벽이 되어버렸다.
아내는 희귀한 성을 가졌다. 결혼 후에도 본인의 본성은 유지되지만, 혼인신고를 통해 자녀가 아버지 성을 따르는 순간, 그 성씨는 세상에서 끊긴다는 생각에 아파한다. 아내의 논리는 단순하면서도 강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인데, 왜 자신의 성씨는 소멸되어야 하는가. 수백 년 이어져온 가계(家系)가 이 세대에서 끝난다는 관념이 아내를 움직인다.
남편도 처음엔 이를 완전히 거부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의 성이 사라진다는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 우려가 자꾸만 커졌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부모와 다른 성을 가진 아이는 유치원, 학교에서 어떤 시선을 받을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자녀가 부(父) 성을 따르는 것을 기본값으로 본다. 소수자가 되는 아이가 겪을 따돌림, 호기심 어린 질문들, 손가락질까지 남편은 미리 두려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과 상처를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였다.
아내는 남편의 설득에 일부 동의했지만, 핵심에선 물러서지 않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왜 우리까지 따라가야 하나."
사회 통념이 정답은 아니지 않냐는 반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내는 오히려 역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이런 문제로 부모에게 물었을 때,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라는 답변은 책임 있는 부모로서 할 수 없다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근거와 선택지를 제시하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도 나름 일관성이 있었다.
결국 대화는 돌고 돌아 답이 없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7년을 함께했지만 한 번도 꺼내본 적 없는 가치관이 혼인신고 서류 한 장으로 터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감정 싸움이 거듭되다 결국 아내는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혼인신고는 일단 미루자. 아이를 구체적으로 계획할 때 다시 얘기해보자." 남편도 받아들였다.
그저 막혔다.
결혼 전 부부가 함께 짚어야 할 항목들—재정, 자녀 계획, 생활 방식—중 성씨 문제는 종종 간과된다. 하지만 한 익명 게시판의 부부 사연처럼, 혼인신고 직전에야 터지는 가치관 충돌은 드물지 않다.
법적으로는 가능한 선택인데, 당사자들 간의 가치관 합의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현실이 여기 있다.
📌 원문 발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사랑하는 아이를 낳는데, 왜 내 성씨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왜 우리까지 그렇게 해야 하냐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