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지형을 보고 있으면, 묘한 일관성이 눈에 들어온다. 정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정확히 같은 불평을 쏟아낸다는 것. 바로 '언론을 못 믿겠다'는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극좌라고 불리는 진영은 '언론이 보수편향'이라 외치고, 극우라고 불리는 진영은 '언론이 좌편향'이라 외친다. 둘 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언론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확신한다.
이 현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심리 구조를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한쪽으로 극단화될수록, 기준점 자체가 이동한다. 처음엔 자신이 '중립'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극단 쪽으로 기울어진 자신의 관점이 새로운 '기준'이 된다. 그렇게 되면 기준점의 반대편 언론은 모두 '편향됐다'고 느껴진다. 극단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이동한 기준점과 실제 중립점 사이의 거리는 점점 커지는데, 본인은 여전히 자신이 중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언론이 치우쳤다'는 주장은 무엇을 의미할까. 분명 언론의 편향 문제는 실존한다. 대형 매체의 소유 구조, 광고 의존성, 기자들의 개인적 신념 등 객관적 변수들이 콘텐츠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같은 언론을 보고도 해석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면, 거기엔 언론의 편향 외에 수용자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해주는 정보만 수용하고, 반박하는 정보는 '거짓이거나 편향된 언론'이라고 치워버리는 것으로 보인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언론 불신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비판적 자세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내 편 미디어만 믿고, 반대편 미디어는 절대 안 본다'는 태도로 굳어지면, 정보 생태계는 점점 더 분열된다. 각자가 자신의 신념을 강화해주는 정보원에만 머물게 되는 악순환인 것으로 보인다. 극단 정치가 심화되는 곳마다 언론 불신도 함께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는 양쪽 모두가 고착된 신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는 신호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인이 뭘까. 언론이 정말 썩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치가 극단화되면서 언론을 향한 불신이 증폭된 걸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같은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 둘 다일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문제점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아닌 증오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미디어 리터러시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이념 싸움이 되어버린다.
한 가지 패턴이 눈에 띈다. 극단의 언어는 항상 '너희는 거짓을 믿고 있다'는 명제에서 시작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이 상대를 깨우는 비판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화의 문을 닫는 역할을 한다.
📌 원문 발췌
극단 정치가 많아지면서 언론불신도 많아진다는데 언론이 썩은 건지 정치가 썩은 건지 어느쪽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네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