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입장권을 끊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러닝타임 2시간 36분. 최근 영화 대부분이 1시간 40분대를 넘지 않는 시대에, 과연 2시간 반을 꼬박 앉아 화면을 주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극장이라는 환경에서, 그 긴 시간이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호불호가 극심하다는 후문을 들었으니, 기대값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냥 가볍게 즐기는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자 예상은 완전히 틀어졌다. 첫 장면부터 기대치 낮은 마음과 화면 사이의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 어떻게 보면 사전의 부정적 평가가 역효과를 낸 셈인 것으로 보인다. 기대치가 낮으면 관객의 심리 방어선도 느슨해진다. 조금의 흥미로운 장면만 나와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는 법인데, 이 영화는 그 정도를 훨씬 넘어섰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대-성과 불일치 현상이 긍정 방향으로 작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뭔가 좋은 경험을 예상하지 않던 자리에서 실제로 좋은 경험을 하면, 그 만족도는 기대가 높았을 때보다 훨씬 크다는 원리다. 평가 없이 들어갔다면 아마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 36분이라는 길이가 체감상 절반 이상 단축된 느낌이었다. 시계를 들여다볼 틈조차 없을 정도로 영화가 흘러갔다. 막이 내릴 때쯤 화면의 엔딩크레딧을 보고서야 '어, 벌써?'라는 혼잣말이 나왔다. 객관적 시간과 체감 시간의 괴리. 이것이 바로 영화가 관객을 온전히 사로잡았다는 신호다.
이런 현상의 핵심에는 편집의 리듬감이 있었던 것 같다. 장면 하나가 마무리되는 순간, 다음 장면이 거의 겹치는 듯이 들어온다. 이야기의 긴장을 풀어주는 호흡도 너무 길지 않아 관객이 주의력을 돌릴 새가 없다. 마치 관객의 심리를 읽고 계산해 만들어진 편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의 흐름이 한 번도 끊기지 않는다는 느낌, 마치 폭포처럼 계속 떨어지는 물줄기처럼 다음 장면들이 밀려온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몰아치는 스킬'이라고 평가한 이유를 실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상미나 배우 연기도 좋았지만,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엮어내는 편집의 능력이 이 영화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영화의 전개 밀도가 바로 체감 러닝타임을 단축시킨다. 이것이 어떤 영화가 '길다'고 느껴지고, 어떤 영화가 '짧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객관적 시간이 아니라 관객이 얼마나 몰입했는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 영화는 그 몰입을 정확하게 안내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전개 밀도가 높아도 관객이 피로를 느낀다면 실패지만, 이 영화는 고도의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것이 기술인 것으로 보인다.
호불호가 심하다는 평판을 받는 영화인 만큼, 아마 취향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일 터다. 하지만 본인의 경우 이 영화는 '완전 호'였다. 오랫동안 극장에 발을 들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스크린 앞에서 온전히 한 세계에 빨려들어가는 경험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라고 느껴진다. 앞뒤로 다른 관객들의 호흡만 들리는 암실에서 2시간 36분을 완전히 다른 이야기 속에 맡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에 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 원문 발췌
와,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습니다. 러닝타임이 2시간36분이라길래 지루하면 어떡하지 하고 들어갔다가, 시간이 훌쩍지나 끝나가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