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현관문을 열면 아내는 소파에 앉아 있고, 자신은 "왔어?"라고 묻는다. 대답은 간단하게 "응"인 것으로 보인다. 이게 첫 대화다.
저녁은 각자 먹는다. 재택근무인 아내는 일찍 끼니를 때웠고, 장시간 통근한 남편은 씻고 나와서 혼자 밥을 핀다. 그 시간 아내는 방에서 유튜브를 본다. 한집에 사는 부부가 마주치지 않은 채 밤은 깊어간다.
한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 속 남편은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우리가 말을 이렇게 안 할까. 스톱워치 앱을 켰다. 아내가 말을 걸 때마다 시작, 대화가 끝나면 정지. 하루 종일인 것으로 보인다.
측정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9분 42초.
그중 절반은 업무 연락이 아니었을까 싶다. "쓰레기 버렸어?", "관리비 냈어?" 같은 확인 사항들이었다. 감정이 묻어 나는 대화는 거의 없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감정이 담긴 대화는 사실상 0분이라고 그는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싸우는 사이도 아니고, 관계가 악화된 것도 아니다. 결혼 4년 차. 그냥... 이렇게 굳어졌다는 표현이 나온다. 마치 물이 얼음처럼 변하듯이, 자연스럽게 침묵의 상태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남편은 불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애할 때는 새벽까지 통화했는데, 같은 집에 살면서 하루 10분도 말 없이 지낸다는 게 정상인가?" 이 질문 속에는 자신들이 이제 룸메이트와 다를 바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가 담겨 있었다. 위기라면 언제부터인지, 어디서부터인지 판단할 수 없는 무기력감이 흘러나왔다.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그에게 이 사실을 조심스럽게 알렸을 때, 아내는 이렇게 답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딱히 문제라고 생각 안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루 종일 일하고 서로 피곤한데 꼭 말을 많이 해야 사이가 좋은 거냐. 편하니까 말이 없는 거다." 그에게는 스톱워치로 재는 것 자체가 소름 끼치고 서운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여기가 문제의 중심으로 읽힌다. 같은 침묵을 두 사람이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에게 침묵은 불안감이었다. 대화의 부재가 관계의 냉각으로 읽혔다. 신호등이 꺼진 어두운 도로 같은 불안감이었다.
반대로 아내에게 침묵은 편함이었다. 말이 없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곤하고 바쁘면 말이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굳이 그것을 문제로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결혼 4년. 연애 초반의 불안정한 설렘과 확인 욕구는 차차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들어와야 하는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 신뢰가 침묵 속에서 조용히 사그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침묵 속에서 편함을 찾고 있다.
게시글이 마무리될 때쯤, 남편은 독자들에게 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신들 부부는 하루에 몇 분 대화하세요?"
이 질문에는 단순한 호기심보다 깊은 뜻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비정상인가 하는 확인이기도 하고, 아내를 설득하거나 설득받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도 있다. 어쩌면 침묵 속에서 자신이 미쳐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을 것 같다.
9분 42초라는 측정값이 의미하는 바를 두 사람이 어떻게 풀어갈지는 그들의 몫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진짜로 스톱워치를 켜봤습니다. 아내가 말 걸 때마다 시작, 대화 끝나면 정지. 하루 종일요. 결과: 9분 42초. 연애 때는 새벽까지 통화하던 사람들인데, 같은 집에 살면서 하루 10분도 대화를 안 한다는 게 정상인가?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