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나가면서 쿠키 장면도 안 보고 떠나는 관객들. 이 현상의 이유를 한 영화팬이 온라인에서 상세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150분 동안 지켜지던 영화의 장르 약속이 마지막 순간에 완전히 다른 영화로 변해버렸다는 것이었다.
관객이 150분간 본 것을 정리해보면, 한국 농촌을 배경으로 한 크리처 호러 액션 영화였다. 인간이 주인공이고 괴물이 적이며, 살아남거나 그들을 물리치는 것이 목표라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장르 계약. 영화 초반부터 관객과 맺어진 이 약속이 150분 내내 지켜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엔딩이 시작되는 순간 모든 게 흔들린다.
마지막 수 분, 외계인들의 말이 갑자기 번역되기 시작한다. 이름이 붙고, 혈통이 드러나며, 신분과 왕조가 존재함이 밝혀지는 것. 이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제국의 구성원이자 고귀한 신분의 존재들이었다는 설정이 뒤늦게 공개된다. 영화는 스페이스 오페라로 변모한 셈인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인간 중심주의 전복'이나 '타자화된 괴물에게 이름과 얼굴을 돌려주기'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석만으로는 엔딩의 진짜 대담함을 포착하기 어렵다고, 글쓴이는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훨씬 더 무례하고 악랄한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것.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괴물 역에 거물급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가 이제야 명백해진다는 관찰이었다. 그들은 영화 내에서 실제로는 우주 황실의 고귀한 주인공들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괴물처럼 보이는 존재 뒤에 왕조와 제국을 숨겨둔 설정상, 저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인간 주인공들에게 벌어진 일을 비극이라 부르기도 애매해진다. 마을의 운명을 걸고 필사적으로 싸우던 용감한 생존자들이, 어느 순간 장대한 우주 대서사시의 지방 엑스트라로 강등되어 버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분명 그들의 이야기였으나, 마지막 순간 거대한 우주 비극의 프롤로그로 새로 해석되는 것으로 보인다.
700억대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엔딩을 두고, 글쓴이는 "허무개그"라는 표현을 썼다. 마치 대서사시가 시작될 것처럼 문을 열어두되, 그다음 이야기는 실제로 나오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었다. 속편이 있을 법한 개방형 결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속편 없이 완전해지는 역설적 설계라는 분석인 것으로 보인다.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기 위한 예고가 아니라, 다음 이야기가 있을 것처럼 행동하고는 사라지는 그 순간 자체가 완성된다는 의미다.
그 혼란 자체가 조크라는 것. 관객들이 150분에 걸쳐 쌓아올린 영화가 마지막 순간에 통째로 없어져버리고, 남겨진 건 "실제로는 우주 황실의 비극이었다"는 뒤늦은 정보뿐이라는 뉘앙스다. 한 누리꾼은 이를 "놀라울 정도로 어처구니없고 대담하며, 관객에게 적대적인 엔딩"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산업 입장에서도 전무후무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호불호를 따지기 이전에 이 영화가 형식 실험으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쿠키 장면도 기다리지 않은 일부 관객들의 반응이 실패인지 성취인지는 여전히 판단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상업영화 역사에서 이런 규모와 방식으로 관객과의 장르 계약을 깨뜨린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점만은, 이것이 의도된 선택이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 원문 발췌
마지막에 외계인들의 말이 번역되고 이름이 생기고 사연과 정체가 드러났다. 혈통, 신분, 제국을 가진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이 허무개그를 700억을 들여서 한 것이다.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