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책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한 독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지지 의사를 구체적인 소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며, 서가에 꽂힌 책 한 권은 '나는 이 사람을 지지한다'는 무언의 선언과 같다. 이 같은 팬덤 소비 구조 안에서 생겨나는 정서적 결속이, 한 번의 배신감으로 완벽하게 역전되는 순간을 담은 글이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한 사용자는 자신이 직접 구매했던 당시 정치인의 서적들을 '찢어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한 폐기가 아니라, 물건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겠다는 이 표현에서, 감정의 강도와 지지 관계로부터의 결연한 단절을 드러내는 것으로 읽힌다.
지지층의 감정 변화는 급진적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전임 정치인 시대에도 실망과 답답함을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지금만큼 배신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현재의 감정이 과거의 경험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구분 짓는다. 며칠 밤을 새워 다시 생각하고, 여러 번 재고했음에도, 최종적으로는 책을 찢겠다는 결심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이 과정 속에서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결국 그 고민 끝에 감정의 방향이 분명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 지지자들의 감정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팬덤'의 심리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읽힌다. 서점에서 책을 집어 들고 결제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나의 신뢰와 지지의 표현'이 된다. 집에 돌아와 책장에 꽂은 그 책은, 매일 눈에 띄면서 '이 사람이 맞다는 지적이다', '이 사람을 믿고 있다'는 일종의 확인 의식까지 제공한다. 그래서 물리적 물건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신뢰와 기대를 담아내는 용기 역할을 해온 셈인 것으로 보인다.
배신감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처음부터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아무리 실망해도 배신감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사연은 '열렬한 지지자의 심리적 낙차'를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엔 '버려야겠다'라는 생각에 머물렀던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버리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찢겠다'는 표현으로 상향됐다는 느낌도 든다. 불안정한 감정의 표출로 보이기도 하고, 과거 지지에 대한 완전한 거부로 보이기도 하는 이 표현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의 강도를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글쓴이는 마지막에 모든 토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박은 상관없고, 이건 나의 개인적인 심정과 생각이니 나와 토론하려 하지 마세요'라는 선언은, 더 이상의 설득과 공론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감정적 소진의 신호로도 읽힌다. 과거라면 댓글을 통해 같은 생각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혹은 다른 의견을 보며 재고할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은 그 모든 과정을 거부한다. 자신의 심정이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 믿으며, 이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행동 자체는 역설적인 것으로 보인다. 토론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공개된 게시판에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이것은 단순한 일기장 기록과는 다르다. 게시판에 올린다는 것은 어딘가 같은 마음을 지닌 다른 누군가의 공감과, 무언의 위로를 기대하는 행동일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암묵적 신호이며, 거기서 나오는 댓글들이 자신의 감정을 일종의 '검증'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담겨 있을 수 있다. 결국 이 글은 지지층의 감정 균열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 균열 속에서도 누군가와의 연결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엿보게 하는 사례로 읽힌다.
📌 원문 발췌
그래도 지금만큼 배신감 들고 화났던 적은 없습니다. 이젠 진짜 책 다 찢어버리고 싶어요.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