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식적인 여름노래를 주도하던 음악 그룹들이 활동 패턴을 바꿨다. 과거 특정 계절마다 정해진 대로 써머송을 발표하던 시대는 가고, 스트리밍 플랫폼의 확산으로 음악 소비의 중심이 개인 플레이리스트로 이동했다는 관찰이 나온다.

덕분에 여름을 정의하는 것도 더 이상 대형 레이블의 몫이 아니라, 각자의 귀와 감각이 맡게 됐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보니 여름곡의 정의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해변이나 청량함만이 여름이 아니다. 오픈카 창문을 내리고 팔을 뻗어 바람을 가르는 장면, 노을이 질 때쯤 도시를 지나가는 드라이브, 선선한 여름밤의 정취. 이런 시각적·감각적 이미지들이 모일 때 특정 곡이 비로소 "내 여름곡"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준으로 큐레이션한 6곡을 보면 장르와 계절이 모두 다르다. 한 곡은 J-POP 밴드의 전형적인 써머송이다. 뻔한 유행가 느낌이지만, 여름곡은 어쩔 수 없이 대중적인 멜로디를 담을 수밖에 없다는 평이 붙었다. 청량한 톡쏘는 감각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한 곡은 청춘 로맨스물 드라마의 OST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가사와 멜로디에서 묻어나는 정서가 여름밤 드라이브의 감정과 맞아떨어진다. 한국인 아티스트 곡 중에는 얼핏 써머송으로 보이지 않는 선택지도 있다. 대중적으로는 여름곡이 아닐 수 있지만, 듣는 순간 아주 덥지 않은 저녁 노을 무렵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며 바람을 느끼는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스트리밍 시대 개인 큐레이션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애정하는 밴드의 가벼운 팝 음악도 포함됐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 구성이 여름의 감각과 직결된다. 다른 선택지는 인디 장르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의 이미지와 맞는다며 고른 곡이라고 한다. 장르가 다양해도 모두 '여름밤의 정취'나 '이동 중 창문 열기' 같은 공통의 시각을 공유하는 셈이다.

놀랍게도 한 곡은 겨울에 발매됐지만 작성자는 계속 여름노래로 느낀다고 한다. 공식적인 발매 계절과 무관하게 자신의 귀가 그 곡을 재해석한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감각이 음악을 새롭게 정의하는 경험은, 과거 정해진 틀 속에서 수동적으로 음악을 소비하던 때에는 드물었다. 지금은 플레이리스트 하나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름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장르도, 아티스트의 공식 분류도, 발매 계절도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장면이 보이는 곡"을 고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이브 중 창문을 여는 손짓, 노을빛으로 물드는 도시의 실루엣, 선선한 바람. 이런 이미지들이 음악을 들을 때 자동으로 떠오르면, 그것이 당신의 여름곡이다. 공식 정의는 이제 의미가 없는 셈이다.


📌 원문 발췌

여름 곡 하면 해변 관련된 음악이나 청량한 톡쏘는 음악도 떠오르지만 뭔가 오픈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같아요. 아주 덥지 않은 노을이 지는 저녁에 차를 타고 달리다가 창문을 열고 손을 뻗어 바람을 가르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